'에이스 대리운전' 직원들이 전하는 만취 손님의 유형은 대략 3부류로 나뉜다.
첫번째는 기절형. 집 위치만 간략하게 말한 뒤 이내 골아 떨어진다.
이들은 대부분 40.50대로 상당수는 집을 찾지 못해 대리운전기사들의 애를 먹인다.
두번째는 수다형으로 술자리 분위기를 차를 탄 뒤에도 그대로 잇는 경우다.
주된 화제는 직장과 상사에 대한 험담이나 정치이야기. 40대 직장인이 많으며 이때 대리운전기사는 맞장구를 잘쳐야 한다.
간혹 두둑한 팁을 챙길 수도 있다.
세번째는 깡패형이다.
반말을 내뱉기 일쑤고 횡설수설하다 주먹을 날리기도 한다.
30대가 많으며 손님이 2명 이상 일 때 폭력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대리운전기사들의 애환도 적잖다.
먼저 신참들은 지리에 어두워 헤매는 경우가 잦다.
도시 구석구석을 잘 알지 못하는데다 만취한 손님을 깨워 정확한 집 위치를 다시 물어보지 못해 밤거리를 헤매는 일이 거의 매일 일어난다.
겨울철에는 추위가 큰 고통이다.
호출이 많거나 시외지역으로 대리운전을 나간 뒤 회사 미니버스의 지원을 받지 못할 경우 도로에서 20∼30분씩 추위에 떨어야 한다.
타도시로 출장갔다가 돌아오는 시외버스를 기다릴 때도 힘들다.
낮과 밤이 뒤바뀐 생활 때문에 가족 얼굴을 보지 못하는 점도 대리운전기사들의 고충이다.
에이스 대리운전의 손 사장은 "아내가 강도사건 뉴스를 들은 뒤 '아이와 함께 밤을 지내기가 무섭다'는 말을 할 때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불규칙한 식사로 인해 생기는 속병도 대리운전 기사들을 괴롭힌다.
새벽에 집에 들어가 정오쯤 일어나면 아침은 거르고 점심은 오후 2, 3시쯤, 저녁은 운행중 수시로 먹게 돼 기사 대부분이 위장병을 얻게 된다.
무엇보다 이들의 가장 큰 걱정은 줄어드는 수입이다.
업체 수가 늘어나면서 대리운전비가 크게 내렸다.
또 '5회 이용시 1회 무료' 등 과당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이에 따라 월수입은 사장이 200만원, 직원은 70만원 수준이다.
박진홍기자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