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첫 신생 독립국인 동티모르 수도 딜리에서 자동차로 1시간 가량 떨어진 고산에 위치한 엘메라지역의 '파이떼' 초등학교. 전교생 313명 가운데 200여명이 내전과 독립 운동으로 부모를 잃은 전쟁 고아다.
지난달 27일 오후 35, 36℃의 뙤약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운동장에 모인 아이들은 이곳을 찾은 한국인 일행으로부터 받은 과자와 쌀을 받아들고 "꼬레아 꼬레아"를 외쳤다.
상록수 부대가 4년간의 평화 유지군 활동을 마치고 철수한 동티모르에 대구 지역 민간단체가 우정의 첫 물꼬를 트는 순간이었다.
지난 대구 U대회때 동티모르 선수단 서포터스로 인연을 맺었던 대구의 '달서사랑시민모임'이 지난 달 26~29일 동티모르 정부의 초청을 받고 방문한 것. 18명의 방문단은 4일 동안의 방문 기간 동안 고아원과 유치원, 국립병원 등을 돌며 '대구의 사랑'을 전했다.
방문단이 우선적으로 펼친 사업은 전쟁으로 피폐해진 동티모르를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인재 양성을 위한 장학사업. 동티모르 국립대학을 방문해 우수한 학생들에 대한 장학금 전달과 함께 이들을 한국으로 초청, 교환학생의 기회를 주기로 약속했다.
또 12월 여름학기에 개설하기위해 준비중인 한국어 학부 강좌에 맞춰 6개월짜리 '한국어 교실'도 열기로 했다.
벤자민 총장은 "한국은 산업면에서 고도의 발전을 이뤘음에도 그 정체성을 잃지 않고 있고 상록수 부대 활동에 대해서도 큰 감명을 받고 있다"며 지속적인 지원을 부탁했다.
대구-동티모르 유치원의 자매결연도 맺어졌다.
방문단은 해라 유치원을 방문해 유아교육을 전공하는 대학생 가운데 우수 학생을 뽑아 대구의 전문대에서 유아교육을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도록 약속했다.
유치원 원장 소라야(38.여.브라질)씨는 "6천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이 곳에 유치원은 단 하나밖에 없다"며 "아이들이 마땅히 놀 곳도 없어 유치원 추가 건립이 시급한 과제"라고 했다.
방문단은 유치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장난감과 티셔츠 100여벌을 전달하기도 했다.
딜리 국립중앙병원에선 병원 의료기기 지원요청도 있었다.
이 병원 산부인과 의사 바스코타(44.네팔)씨는 "지난 6월 한국인들이 전해준 인큐베이터 6대로 이 병원에서만 15%에 이르던 유아사망률이 6%까지 떨어졌다"며 "CT기기가 가장 절실히 필요하다"며 추가 지원을 부탁했다.
대구 방문단을 만난 자리에서 홀타 동티모르 외무장관은 "동티모르는 천연자원이 많지만 개발이 안됐다"며 한국은 인적자원이 훌륭한, 배우고 싶은 나라"라며 말했다.
이번 방문단의 대표를 맡았던 달서사랑시민모임 권형우 대표는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열렬한 호의에 놀랐다"며 "향후 뜻있는 시민들의 의견을 모아 민간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인 교류와 협력에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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