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본과의 '과거사 덮기' 성급했다

이시하라 도쿄 도(都)지사가 지난 28일에 이어 어제 "한일합방은 조선인이 선택한 것"이라는 망언을 거듭해 그의 백치성(白痴性)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그는 "조선의 정치인들이 이 문제를 토론하고 표결을 거치지 않았느냐"는 황당무계한 변설까지 늘어놓았다.

70 노정객의 망녕이 아닐까 귀를 의심하게 된다.

일본의 조선 합방은 무력을 앞세운 강제였다.

합방 34년 전인 1876년 운양호 등 군함을 끌고와 강화도 초지진을 포격하고, 방화.약탈.살육을 자행한 끝에 얻어낸 것이 강화도 통상조약이다.

또 합방 15년 전인 1895년에는 친로반일(親露反日)의 배후세력인 명성황후를 시해하고, 고종을 협박하여 폐서인 조칙을 내리게 한 것이 그들이다.

1905년에는 조선의 외교권을 박탈한 을사늑약을 체결하여 민영환 등이 순국했고, 조약 무효화를 위해 이준 열사가 헤이그에서 분사했다.

1910년 한일합방조약을 비밀리에 체결한 뒤 반발을 두려워 한 나머지 13일 뒤에서야 원로대신들을 연금시킨 상태에서 조약 체결을 발표했다.

이런 숨길 수 없는 역사적 사실 때문에 일본국왕과 총리들이 과거사에 대해 번번이 사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유력 정치인들이 거듭해서 '한일합방은 조선인의 선택'이라는 망언을 내놓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미래지향적 양국관계를 거부하는 반역사적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지난 6월 방일 때 노무현 대통령은 '미래를 위해 과거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대승적 자세로 일본을 싸 안으려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것은 우리만의 순진한 행동이 아니었나 하는 후회를 갖게 한다.

국수주의의 망령에 사로잡힌 나라를 선의만으로 대응한다는 것은 책략이 부족해 보인다.

정부는 향후 일본과의 관계에서 과거사 문제를 적극적으로 부각시키고, 일본이 태도를 고치지 않는 한 집요한 추궁을 계속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형식적인 일회성 항의를 지양하고, 망언의 재발방지를 위해 일본 국민들을 상대로 한 진실 알리기 노력을 적극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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