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와병중인 김윤환 전 민국당 대표를 찾아 '때늦은' 사과를 했다. 지난 2000년 2월18일 16대 총선 공천배제에 대해 3년8개월이 지난 뒤 머리를 숙인 것이다.
그러나 김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신장암 판정을 받고 절제수술을 받은 뒤 올초 도미(渡美), 9월까지 치료를 받았으나 병세 악화로 지난달 20일 극비 귀국, 국립암센터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김 전 대표는 현재 의식이 고르지 못한 상태다.
이 전 총재와 부인 한인옥씨는 지난달 28일 김 전 대표의 방배동 자택을 찾아 30여분간 대화를 나눴다. 특히 이 전 총재는 김 전 대표와 단 둘이 10여분간 대화를 나눈 뒤 김 전 대표의 부인 이절자 여사에게 "여러가지로 미안하다. 너그러이 용서해달라"며 정중히 사과했다. 이 여사는 말을 잇지 못한 채 한참동안 눈시울을 붉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총재는 김 전 대표의 병환이 중하다는 소식을 듣고 문병의사를 여러차례 타진했지만 김 전 대표측이 거부하자 직접 방배동 자택을 찾은 것이었다. 국립암센터와 방배동 자택에는 김수한 전 국회의장과 민관식 전 부의장, 김장환 목사, 박희태.하순봉.김진재.이해구 의원과 정호용 전 의원 등이 다녀갔고 노태우 전 대통령은 쾌유를 비는 화환을 보내왔다. 그러나 대구.경북 의원들은 이상배 의원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찾지 않았다고 한다.
사실 이 전 총재에게 김 전 대표는 '정치적 후견인' 이상의 존재였다. 김 전 대표가 '킹 메이커'로서 한창 주가를 올리던 지난 96년 1월 이 전 총재가 혈혈단신 입당하자 그를 대통령 후보와 총재로 자리잡게 했으며 '이회창 대세론'을 부각시키는데 누구보다 앞장서온 터였다.
그러나 16대 총선을 앞두고 이 전 총재가 개혁공천을 빌미로 김 전 대표를 '팽(烹)'시키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끝이 났다. 배신감을 억누르지 못했던 김 전 대표는 '반창(反昌)'을 기치로 민국당을 창당, 재기를 노렸으나 불발로 그쳤다. 게다가 총선에서도 낙마, 낭인의 길을 걸어야 했다. 하지만 김 전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이 전 총재에 대한 감정의 앙금을 품고도 "될 사람이 돼야한다"며 '이회창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 전 총재 한 측근은 "이 전 총재는 김 전 대표의 처지를 마음 아파했었다"며 "정계은퇴를 선언한 같은 처지에서 용서와 화해를 청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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