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부터 2008년까지 5년간 계속될 포스트밀라노가 두달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섬유인이든, 섬유인이 아니든 대구시민이라면 누구나 두달 앞으로 다가온 포스트밀라노에 바짝 신경을 쓴다.
이유는 지난 반세기 동안 지역경제를 부양해온 섬유산업이 지난 5년간 밀라노프로젝트를 통해 이룩해놓은 인프라를 포스트밀라노를 통해 본격적으로 꽃피워 섬유산업이 구조고도화를 이루지 못한채 '잃어버린 지난 10년'을 만회, 지역에 부를 가져다 주고, 인재들이 모여드는 첨단업종으로 환골탈태하기를 바라는 바람 때문이다.
이제 알려진대로 925억원의 국비 지원에 그칠지, 아니면 플러스 알파가 붙을지 국회에서 막바지 물밑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포스트밀라노는 지난 5년(밀라노프로젝트)의 치열한 반성과 함께 출범을 앞두고 있다.
포스트밀라노가 순항하여 섬유산업을 인간이 살아있는한 영원한 첨단업종으로 되살리기 위한 최우선 과제는 운영시스템의 혁신. 사실 밀라노프로젝트는 산자부가 급조해 만든 4개 분야 17개 사업이 전형적인 하향식 체제여서 업계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못했다.
산자부, 대구시, 염색기술연구소, 한국섬유개발연구원, 한국패션센터 등 주관기관들이 독자적인 행보만 고집, 전체 섬유산업이 제대로 결집된 힘을 보여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뿐만 아니라 한국염색기술연구소, 한국섬유개발연구원, 한국패션센터 등 밀라노프로젝트 3대 주관기관들은 지난 5년간 각자의 기능을 조율하고 보완하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외면하고 단일 연구소 중심의 외줄타기를 계속해 왔다.
그런데 또다시 5년간 이어질 포스트밀라노 사업이 이들 주관기관 중심으로 짜여질 것으로 알려지자 지역 섬유인들은 포스트밀라노가 지역 섬유.패션 산업의 마지막 도약기회라며, 업계 소리에 귀기울여 대대적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밀라노프로젝트가 지역 섬유 산업 전반에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한 결정적 이유는 바로 각 주관기관간 내부 추진체계상의 난맥상과 통합 시스템이 전무했기 때문.
◇운영 체제를 전면 개혁하라
최근 4개 지역 특화산업에 대한 산자부 자체평가에서 광주(광산업), 대구(섬유산업), 부산(신발산업)을 제치고 경남(기계산업)이 최고점수를 받은 것은 개별기업, 주관기관별 역량을 합칠 것은 합치고,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하지 말아야할 것은 하지 말도록 조율하고 끌어주는 소프트웨어 운영 시스템을 잘 활용했기 때문이다.
경남도는 기계산업 추진에 앞서 진주, 창원, 김해시 등 도내 7개 지자체와 경상, 인제, 창원, 경남 4개 대학, 기계연구원, 전기연구원의 2개 국책연구소, 경남은행, 농협의 2개 금융기관을 공동 참여 기관으로 끌어들였다.
또 참여기관을 중심으로 단일 이사회를 결성해 경남기계산업육성방안(2000~2004년:메카노21)의 총괄 사업 운영을 담당할 '경남미래산업재단'을 창설했다.
대구 밀라노프로젝트가 한국염색기술연소, 한국섬유개발연구원, 한국패션센터 등의 개별 연구소 이사회와 이사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해 온 것과 달리 경남 메카노21은 경남미래산업재단에 도지사가 이사장인 단일 이사회를 구성하고 실무 사무국을 설치한 뒤 행정지원실, 연구기획실, 정보화사업단 등으로 3개 사업 추진 부서를 설립해 개별사업을 진행해 온 것이다.
◇더 늦기전에 지역혁신 시스템을
경남미래산업재단은 기계산업뿐만 아니라 경남의 또 다른 전략 산업인 생명공학산업, 정보통신산업까지 체계적, 종합적으로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김봉구 경남미래산업재단 사무국장은 "하나의 산업이 다른 산업과 유기적으로 결합할 때 전체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산.학.연.관의 공동 운영체제 구성은 사업의 성패를 가늠할 최우선 과제"라고 지적했다.
사실 대구의 밀라노프로젝트만 이런 방식을 채택하지 않았을 뿐 거의 모든 지자체의 전략산업 육성은 경남처럼 진행된다.
서울시는 서울시 부시장을 이사장으로 한 서울산업진흥재단을 지난 1998년 설립, 나노, 바이오, 정보통신 같은 신산업과 인쇄, 패션 등 경쟁력 있는 전통산업을 별도의 '서울형 신산업'으로 선정하여 전체 산업의 균형 발전을 기했다.
뒤이어 성남산업진흥재단, 대전첨단산업진흥재단, 경북전략산업기획단 등도 지역 내부의 산.학.연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 해당 지자체의 전 산업을 효과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하나의 '주식회사'형태를 띠고 있다.
이것이 바로 정부 주도로 추진해 온 밀라노프로젝트 운영시스템을 전면 개혁해 지역 내부에서 출발하는 포스트밀라노 운영체계를 확립해야하는 이유다.
지역 내부의 잠재력이 무엇인지, 어느 산업을 진흥시켜야 하는지는 지역 내부가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에서 결정된 사항은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절대적 '힘'을 가진다.
이 시스템을 통해 섬유 뿐만아니라 신산업화, 전통과 첨단산업의 융합, 복합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럼 그 주체는 누가 돼야 할까. 바로 조해녕 대구시장과 대구시이다.
대구시가 섬유산업을 육성하고, 경쟁력있는 다는 업종을 종합지원할 전략산업기획단 내지는 지역혁신기획단을 만드는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대구시는 더 늦기 전에 지역 혁신 시스템을 구축해야한다.
경북의 '경북전략산업기획단'을 보자. 경북은 도내 23개 시.군, 37개 대학,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연구소와 혁신기업들을 아우르고 산자부, 과기부, 정통부 등의 정부기관까지 포함하는 통합 네트워크 시스템을 목표로 올 초 '경북전략산업기획단'을 설치 한 것이다.
한국염색기술연구소(염기연), 한국섬유개발연구원(섬개연), 한국패션센터(FCK) 등 밀라노프로젝트 3개 주관기관은 모두 산업자원부 생활산업 국장, 대구시 경제산업국장, 경상북도 경제통상실장 등을 재임기간 중 당연직 이사로 규정해 놓았고, 다른 주관기관 이사장들도 형식적 이사로 포함시키고 있다.
이들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3분의 1이상이 똑같은 사람들로 채워져 있는 3개 주관기관이 독창적이며, 효율적인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까.
염기연 경우 염색공단 이사장이 염기연 이사장을 겸하고 있고, 당연직 이사(6명)를 제외한 이사 전원이 염색공단내 업체 대표들로 구성돼 있어 대구.경북 300여개 염색업계를 대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사업계획 수립 및 예산편성과 연구시설 설치에 대한 전권을 지닌 각 주관기관의 이사회가 직물, 염색, 패션 등 해당 업종, 업체들로만 짜여져 있는 이상 주관기관간의 유기적 협조체제 구축은 불가능, 개선이 불가피하다.
◇주관기관의 상위 시스템 만들어야
그럼 어떻게 운영 시스템을 개혁할 것인가. 이정인 대구경북개발연구원 지역연구실장, 조대현 한국섬유개발연구원 기획팀장, 김승진 영남대 교수 등은 이사회 정관을 개정해 각 주관기관의 원장, 소장, 본부장 등 실무책임자 중심의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이사회의 상위기관으로 편성할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각 주관기관들의 '개혁'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제대로 실현되기 어렵다.
섬개연, 염기연, FCK는 산자부에서 운영비를 보조받는 국책 연구기관으로 대구시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 99년 밀라노프로젝트 출범 당시 문희갑 전 대구시장이 섬개연과 염기연을 통합하려다 실패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지역 섬유인들은 현 주관기관별 이사장 중심체제가 변해야만 막대한 국비를 투입한 섬유산업이 혈세를 들인 보람이 있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낼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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