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고 싶은 나라, 한국
"동티모르 새마을 운동격인 '호메마을' 프로젝트와 의료봉사 프로그램인 '블루엔젤' 작전이 주효했어요". 유인규(56) 주 동티모르 한국대사는 마을까지 찾아와 봉사를 아끼지 않은 한국군의 호의적인 원조활동이 동티모르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했다.
상록수 부대가 4년간의 활동을 마치고 철수한 지금 동티모르인들에게 한국은 동경의 대상이자 친구의 나라였다.
한국 대사관에 따르면 지난 3년간 한국정부의 공식적인 원조 규모는 동티모르 독립기념관 건축에 들어간 120만달러를 포함해 약 270만불가량. 하지만 마을 회관 신축, 수도.우물 개발, 교량 수리에서부터 이발, 농기구 수리, 영화 상영, 생필품 전달 등 비공식적인 원조는 340만불에 달한 것으로 추산했다.
덕분에 석유.천연가스 등의 투자이익을 노리고 수억달러를 퍼부은 호주, 일본 등 여타 열강들에 비해 한국은 따뜻한 정을 전해준 나라로 찬사를 받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유독 이 나라 고위인사들 가운데는 친한파가 많다.
현 구스마오 대통령을 이을 차기 대통령 재목으로 떠오르고 있는 까라스 깔라오(58) 국가 올림픽 위원회 위원장,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홀타(55) 외무장관, 까르발리오(46) 딜리시장 등 만나는 이들마다 '한국이 동티모르의 재건 모델'이라고 추켜세웠다.
지난 해 부산아시안게임 당시 내한했던 까라스 깔라오 위원장은 "2년전 건설부 장관으로 재직하는 동안 로스팔로스, 오쿠시에서 상록수 부대의 활약상을 충분히 목격했다"며 "경제적인 파워를 가진 한국이 막 태어난 동티모르에 인간적인 애정을 뿌려준데 깊이 감사한다"고 했다.
까르발리오 시장도 "한국은 전쟁의 잿더미에서 국민들의 노력만으로 재건된 위대한 나라"라며 "모든 질서들이 무너진 현재 동티모르의 정치인과 국민들은 한국의 발전상을 배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태권도가 가장 인기
35, 36℃의 찜통같은 더위로 푹푹 찌는 동티모르 수도 딜리市. 일명 대사관 거리와 국립 동티모르 대학을 지나 서자 국가올림픽위원회 건물이 나타났다.
이곳 체육관에선 20여명의 젊은이들이 태권도복을 입고 발차기와 기합소리를 내고 있었다.
"태권도는 이곳에서 축구만큼이나 인기 있는 스포츠예요". 동티모르인 사범인 알렉스터(21)씨는 'TAEKWONDO'라고 적힌 흰색 도복과 상록수 부대란 글이 새겨진 검은 띠를 자랑스레 내보였다.
그는 인도네시아에서 태권도를 배운 자신의 형과 상록수 부대 군인들로부터 태권도를 전수 받았다고 했다.
건전한 경쟁과 정신력을 강조하는 태권도는 동티모르 젊은이들로부터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고 했다.
딜리시에만 15개의 크고 작은 태권도 도장이 있다는 것. 그는 필요한 것이 있느냐는 물음에 "고급 기술을 가르쳐 줄 수 있는 한국인 마스터(사범)"라고 말한 뒤 동티모르 태권도 국가대표선수로 뛰는 것이 소원이라며 씨익 웃어 보였다.
◇내 이름은 '김성호'
'선생님 안녕하세요 만날 수 있어요? 저는 동티모르 사람이에요. 저의 이름은 에바리스토입니다.
이따 어후 05시 30시분에 올까요?'
숙소로 돌아온 취재팀을 한 장의 한글 메모지가 기다리고 있었다.
글을 남긴 '에바리 스토 다 실바'란 이름의 18세된 동티모르인은 한국 군인이 지어줬다는 '김성호'란 이름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성호는 취재팀의 숙소 앞에 붙은 한국 방문단의 플래카드를 읽었다고 했다.
상록수 부대가 처음 주둔한 로스팔로스에 산다는 성호는 또래 소년들과 마찬가지로 옷, 쌀, 과자를 받기 위해 한국인 부대를 찾았다.
그곳에서 한 마음씨 좋은 보초병을 만났고 서로의 언어를 가르치고 배웠다.
군인들의 잔심부름을 해주는 '하우스 보이'로 1년간 귀동냥과 독학으로 익혔다는 한국어는 믿기 힘들 정도로 유창했다.
"한국, 잘 사는 나라니까 배우고 싶어요". 성호는 친구들도 월드컵 4강과 태권도로 유명한 한국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성호는 한국 군인한테서 선물 받았다는 '왕수 태권도'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로스팔로스에만 한글 교실이 4군데 가량 있을 정도라고. 8형제 가운데 다섯째라는 이 소년은 한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훌륭한 농업인이 되는 것이 자신의 소원이라고 했다.
마지막날 공항까지 배웅 나온 성호는 언젠가 꼭 한국으로 초청해달라며 일행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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