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대 도로 성조기 그림 '지우자' 논란 '대학생=반미' 바뀌나

경북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복현의 소리'는 요즘 대학 후문 도로에 그려놓은 '성조기' 지우기 찬반 논란으로 뜨겁다.

이 대학 농업경제학과 서모씨는 지난달 20일 '학교 후문에 있는 성조기 짓밟기 그림 삭제 요망'이란 글을 올렸다.

서씨는 "한 나라의 국기를 바닥에 그려놓고 짓밟는 것은 지나친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또 "학교 영어강사 등 미국인들 보기에 민망했다"며 "모든 경대생들의 집약된 의사표시로 해석되는 것을 원치 않는 만큼, 깨끗이 지웠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글로 촉발된 논쟁은 사흘만에 1천250여건의 접속을 기록하면서 갈수록 가열되고 있다.

먼저 "미국의 일방적인 패권주의는 싫지만, 국기를 모독하는 행위는 예의에 어긋난다"(정외과 권모), "'반미' 보다는 '혐오'라는 생각이 든다"(경제통상학부 제갈모) 등 서씨를 옹호하는 글들이 잇따랐다.

그러나 "미국의 오만방자한 행동에 대한 항의와 분노의 표시로 생각한다"(경영학부 추모), "제발 전쟁 좀 그만하라는 미국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경상대 박모) 등 반대 의견도 적잖았다.

이 성조기 그림은 2년전 대동제때 경북대 총동아리연합회가 미국의 패권주의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그려 놓았다.

논란이 가열되자 총동아리연합회는 곽철순 사무국장(농업토목공학과)의 이름으로 "동아리연합회의 최고 의결기구인 동아리대표자회의 의결을 거쳐 제작한 것으로 지우지 않을 것"이라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더욱이 지난달 28일 밤 성조기 그림에 노란 페인트를 뿌리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논쟁은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대해 경북대 학생과의 한 관계자는 "동아리연합회가 성조기 그림을 지우도록 은근히 유도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학교의 입장을 비쳤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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