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향기에 취해 소믈리에 됐죠"

'꼬르디에 꼴렉시옹 프리베, 쎄ㅇ-떼밀리옹'.

도대체 무슨 소리일까? 알아듣기도 힘든 이 말은 성환건(43) 매니저가 추천하는 오늘의 와인 이름이다.

프랑스 보르도 쎄ㅇ-떼밀리옹지역에서 '꼬르디에' 제조사가 만든 와인. 메독지역 레드와인의 거칠고 씁쓸한 맛에 거부감이 있는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와인이다.

검붉은 루비색을 띠고 부드럽게 입안에 닿는 끝맛의 여운이 깨끗하다.

성씨는 최근 지역에서 처음 문을 연 와인하우스 '빈센느'(대구시 지산동)에서 소믈리에 일을 하고 있다.

수십만가지로 다양한 와인 중에서 고객의 취향에 맞는 와인을 추천해 주고 이 와인과 맞는 음식까지 자세히 안내해 주는 것이 그가 하는 일이다.

첫 인상이 약간은 험상궂어 보였다.

도저히 이런 일을 할 사람같아 보이지는 않는데…. '와인21닷컴' 시샵을 맡고 있는 그는 와인의 향취에 푹 빠져 15년 이상 해오던 컴퓨터 관련 일을 접고 소믈리에로 새 인생을 살고 있다.

한때는 컴퓨터 하드웨어 세일즈를 하며 시간, 주종 안 가리고 술을 마셨던 그. 도대체 어쩌다가 와인의 포로가 돼버렸을까?

"프랑스에서 9년동안 살다온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를 만나면 술은 무조건 와인이었습니다.

처음엔 끌려다니면서 몇 번 마셨는데 어느 날 갑자기 와인 특유의 떫은 맛이 생각나더군요".

그는 와인과 문화적 코드가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음악을 무지 좋아해 어릴 때부터 LP판을 모으며 나중에 카페를 차려 쓰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요리에도 탁월한 솜씨가 있다.

자장면, 각종 찌개류, 수입육 등심구이 등 집에서 그가 만드는 요리는 아내가 한 것보다 아이들에게 더 인기가 있다

대구에서 와인을 마실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니다가 결국 매니저가 돼버린 성씨. 편하게 막걸리를 마시듯이 시민들의 저녁 식탁에, 포장마차에 와인병이 놓일 때까지 저변 확대에 나서겠다는 것이 그의 욕심이다.

"전세계적으로 오는 19일 자정에 개봉되는 '보졸레 누보'(올해 수확한 포도로 만든 첫 포도주)에 기대가 쏠리고 있습니다.

올해 프랑스는 폭염으로 일조량이 많아 포도 수확이 예년보다 줄고 당도가 높아져 그만큼 좋은 와인이 나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는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 거창하게 보졸레 누보 기념 파티를 여는 것은 우리 문화에는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격식이나 형식에 얽매이기보다는 와인을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빈센느'에서는 지역에서 처음으로 와인 아카데미 '소믈리에반'을 내달 3일까지 열어 국내 소믈리에 1호인 서한정 원장 등이 전문 교육을 한다.

주부, 직장인 대상 취미반도 운영할 예정이다.

053)782-8688.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