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통일부장관의 한심한 거짓말

정세현(丁世鉉) 통일부장관이 지난 10월말 제주도에서 열린 '민족평화축전' 북한 참가단 지원금 문제를 위증한 것은 결코 가볍게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태연스레 거짓말을 했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를 저버린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이는 대북정책의 정당성과 투명성을 부정하는 일로, 장관직 사퇴의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다.

우리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거짓말에 대해 환멸에 가까운 혐오감을 보이고 있다.

정치의 낙후성과 전근대성의 본질이 바로 거짓말이다.

지금의 국정혼란도 그런 거짓말이 일상화 된 데 큰 원인이 있다.

한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작은 정치적 이익을 위해 거짓말을 함으로써 정부나 정치권 전체가 불신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정부정책의 책임을 맡고 있는 장관이라면 그 누구보다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있어야 한다.

장관은 정권에 봉사하는 사람이기에 앞서 국민에 봉사하는 사람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통일이라는 민족의 성업을 다루는 통일부장관은 더더욱 그렇다.

정 장관의 위증은 그가 장관직에 오른 2002년 1월 이후 포괄적 거짓말에 대한 의혹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번처럼 개혁당 의원의 부탁을 받아 거짓말을 할 정도면 진실이라는 것은 애초에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다른 장관이나 청와대 비서진, 대통령의 부탁이나 암시만 있어도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개연성을 확신시키고 있다.

차라리 "북한 참가단 지원금을 밝히기가 곤란하다"고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적당히 거짓말을 해도 넘어가겠지'하는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태도가 온갖 불신을 자초하게 만든 것이다.

지난 DJ정권 때 대북정책의 실패는 국민 총의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불법 지원금까지 줘가며 밀실에서 정책을 추진한 것이 치명적 오류로 남아 있다.

그런 전철을 거듭해서는 안된다.

단 한번의 고의적 거짓말도 용납치 않는 정치문화를 앞당기기 위해서라도 정 장관은 자신의 거취를 숙고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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