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선자금 전면수사-한나라 "당존립 위험" 위기감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 전면확대 결정은 정치권에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엄청난 충격파를 몰고 오고 있다.

수사의 초점이 기업의 자금제공이 아닌 정당의 불법자금 모금에 맞춰질 것이라는 검찰의 공언과 정치권의 부패에 대한 국민들의 염증을 감안할 때 범법혐의자에 대한 대대적인 사법처리가 예상되며 이는 결국 정치권 새판짜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일치된 관측이다.

대선자금 문제에 자유로운 정당은 하나도 없지만 한나라당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검찰 수사에서 노 대통령도 타격을 받겠지만 측근 몇 명이 희생되는 정도에 그치는 반면 한나라당은 당의 존립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으로 몰릴 것이라는 게 한나라당 자체 판단이다.

이재오 비상대책위원장이 "여권이 이 문제를 내년 총선까지 끌고가면서 한나라당을 수백억원을 받은 파렴치 정당으로 몰아갈 것"이라고 한 것은 한나라당이 느끼고 있는 위기의식을 잘 말해주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같은 위기국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특검이 유일하다고 보고 이를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특검 성사여부의 키를 쥐고 있는 민주당도 "검찰수사가 왜곡될 때는 대통령 측근 비리 뿐만 아니라 대선자금에 대해서도 특검을 도입할 수 있다"(박상천대표)며 태도변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어 일단 한나라당을 고무시키고 있다.

열린우리당도 검찰수사에서 비켜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수 의원이 "우리는 결단코 문제가 없다.

장부상 약간의 오차가 있을 수 있으나 우리가 먼저 자발적으로 공개하고 고백할 생각"이라며 선 공개 방침을 밝히고 있으나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들로 보아 개혁 이미지를 해칠 수 있는 수사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게 정치권의 대체적 관측이다.

만약 열린우리당에 대한 검찰수사 결과가 이같은 기대치에 미흡할 경우 검찰은 야당 죽이기 기획수사라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열린우리당의 고백도 순수성을 의심받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여권이 겨냥하고 있는 정치권 새판짜기에도 상당한 차질을 몰고 올 것이 분명하다

검찰의 수사가 결국은 여권과의 치밀한 각본에 따른 것이라는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할 경우 보수층의 결집을 불러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비교적 느긋한 입장이다.

지난 대선때 노무현 후보 캠프의 주역들이 열린 우리당으로 대거 옮겨가고 노무현 후보와 거리를 두었던 구주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선자금에 대한 수사가 확대돼도 상처를 입을 일이 별로 없을 것이라며 노 대통령에 대한 공격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도 걱정이 없지는 않다.

바로 대선자금 수사가 지난 2000년 4.13 총선 자금 수사로 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들이 "내가 입을 열면 민주당은 공중분해된다"고 한 것은 바로 이같은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래저래 정치권에는 핵폭탄의 사정거리내에서 뇌관이 언제 터질지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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