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은 역사적으로 역경과 재난을 수도 없이 겪었기 때문인지 동정심과 눈물이 많다.
예로부터 떡 한 쪽도 이웃과 나눌 정도로 '나눔'의 문화에 익숙했고, '일로써 일을 갚는' 품앗이 전통도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그 아름다운 전통들이 심하게 흔들려온 지 오래다.
특히 각종 금품 수뢰 의혹에 연루된 고관대작들은 언제나 '한 푼도 안 받았다'고 말하나, '모른다'거나 '기억나지 않는다'던 '모르쇠'들이 차라리 나았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물론 깨끗한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 검은 속내를 백일하에 드러내곤 했다.
그러나 그 '한 푼' 타령이 요즘 온기로 바뀌는 사례도 적지 않다.
▲영국의 문호 셰익스피어는 '자선이라는 덕성은 이중으로 축복 받는 것이요, 주는 자와 받는 자를 두루 축복하는 것이니, 미덕 중에서 최고의 미덕'이라고 했다.
요즘 그런 깨달음이 고개를 드는지, 우리 사회도 '주는 기쁨'에 서서히 눈을 뜨고 있는 모습은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4명 중 3명이 1년에 한번 이상 자선적 기부를 한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우리를 놀라게 하는 기부 사례들이 이따금 화제에 오르는 가운데 지난달 부산대에 305억원을 기부해 감동을 불러일으켰던 (주)태양 송금조 회장이 또 사재를 털어 1천억원 규모의 교육문화재단을 설립키로 했다는 소식은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다.
그의 호를 딴 가칭 '경암(耕岩)교육문화재단'이 곧 발족되면 장학.예술.문화 등의 지원 활동을 펼칠 예정이라 하는데, 그야말로 '아름다운 나눔'이다.
▲평소 허름한 양복을 입고 구두가 아까워 운동화를 즐겨 신고 다니는 송 회장은 평생 근검절약으로 자수성가한 사업가다.
1924년 경남 양산 태생으로 어린 시절엔 끼니를 거를 정도로 가난했다.
초등학교만 나온 뒤 양조장.정미소 등 온갖 일을 하다가 1970년 (주)태양사를 시작으로 (주)태양과 (주)태양화성 등 제조업체를 잇따라 설립, 억척스러운 경영으로 재산을 모았다.
하지만 '사회에서 번 돈, 다시 사회로 환원한다'는 게 기본 철학이라 한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개인적인 기부가 소수 사람의 특정한 행위로 인식되는 게 현실이다.
기업들의 준조세 성격의 기부가 대부분이고, 기부에 동참하는 개인들이 차츰 늘어나고 있으나 대게 1회성으로 그치게 마련이다.
서구에서는 일반화된 기부문화에 비하면 우리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교육기관에 기부한다는 말이 나오면 모종의 거래가 있을지 모른다는 의혹 탓에 선의의 기부까지 그 본뜻이 훼손되는 일마저 없지 않은 풍토다.
어디에, 무엇을 기부할까 하는 행복한 고민이 넘치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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