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금 대구 법조계는(4.끝)-검찰 변하고 있는가

요즘 대구지검에는 검사 두어명만 모이면 대선자금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송광수 검찰총장과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 얘기를 끄집어낸다.

'역시 송총장과 안부장이야!' '끝까지 파헤쳐야 할텐데...'.

한 검사는 "검찰조직 전체가 지금처럼 활기찬 모습을 보이기는 정말 오랜만의 일"이라고 말했다.

몇년전부터 외부로부터의 개혁 압력과 여론의 거센 비판에 끊임없이 시달려온 검찰로서는 '모처럼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이를 계기로 정치적 중립, 권위의식, 폐쇄성 같은 검찰의 해묵은 과제가 한꺼번에 해결될 수 있을까? '확 바뀔 것이다'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조금씩 변해갈 것'이라는 전망에는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

▲검사의 샐러리맨화?=얼마전 검찰간부들이 점심을 함께 하는 자리에서 였다.

한 간부가 '사콜'이라는 신종 폭탄주(?)를 제조해 좌중에 돌렸고, 참석자들은 건배를 했다.

'사콜'은 술이 아니라 사이다와 콜라를 섞은 음료수일 뿐이다.

몇년전만 해도 대낮에도 '좌익척결, 우익보강'을 외치며 폭탄주를 던져넣곤 했지만, 이제는 찾아볼 수 없는 풍경이 됐다.

이를 놓고 검찰내에서도 '바람직한 일', '낭만이 없어졌다'며 의견이 엇갈린다.

검찰이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한 사례일 수 있다.

한 검사는 "예전처럼 호기를 부렸다가는 곧바로 감찰 대상이 된다"면서 "동기간에 치열한 승진경쟁을 벌여야 하는 현실에서 한번 찍혔다(?)하면 머잖아 옷을 벗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또 예전같은 바람막이가 없는 상황에서는 소신있는 수사를 힘들게 하고 몸을 움츠릴 수밖에 없는 부작용도 나타난다는 것.

'검사들의 샐러리맨(?)화'가 진행되더라도 검찰 특유의 '상명하복' 분위기를 볼때 단기간에 폐쇄성과 권위의식을 씻어내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검찰수뇌부에서 친절운동, 민원해결 등을 끊임없이 주문하지만, 검찰은 행정기관이 아니라 사법기관임을 알아야 한다"는 한 수사관의 얘기에서 보듯, 문턱을 낮춘 검찰로 나려면 좀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지방근무는 찬밥(?)신세=검사들은 한번씩 농담삼아 '서울 근처에만 가면 영전'이라는 얘기를 한다.

예전만 해도 지방근무를 한다면 부산, 대구 같은 큰 도시를 우선시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서울에 가까운 작은 지청에 근무하기를 더 바라고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분위기다.

가족을 서울에 두고 관사에서 홀로 생활해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나온 얘기지만, 실제 인사에서도 검사의 능력(?) 유무를 알 수 있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전국의 부장검사 이상 간부중 대구출신이 50명 안팎이지만, 몇몇을 제외하고는 고향근무를 피하고 있는 이유를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이같은 분위기가 가끔씩 지역 상황과 정서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다소 어긋난 결과를 낳는다는 지적도 있다.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고위간부들의 경우 말썽을 피하고 시간만 보내려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여건을 살피지 않고 무리하게 수사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애정이 결핍된 상태에서 제대로 된 과실을 내놓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대구지하철사고 때 현장보존 등에서 허점을 보인 것이나 뇌물액수가 적은 영천시장을 구속한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기도 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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