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열기요. 딴세상 이야기입니다".
대구시내 대표적인 주거환경개선지구였던 서구 비산4동 대성초등교 뒤편. 2, 3년 전부터 노후 주택 재건축 바람이 불면서 소방도로를 사이에 두고 빌라와 원룸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그러나 이곳 주택가에는 활기보다는 '파격 분양, 전월세 문의' 등 부동산 임대를 알리는 플래카드들이 눈길 닿는 곳마다 걸려 있다.
이 지역에만 30여동이 넘는 건물이 새로 들어서 있지만 각 건물마다 30~50%씩은 빈집이기 때문이다.
ㅈ부동산 김민정 과장은 "오래된 한옥 등을 헐고 원룸과 소규모의 다세대주택이 많이 들어서 외관상 보기는 좋아졌지만 1년 이상 분양이 안된 집들도 많다"며 "신축 건물마다 빈집이 없는 곳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라고 했다.
동 사무소 관계자들은 "분양이나 전.월세를 알리는 현수막이 대부분 불법이지만 사정이 딱해 철거도 못한다"며 "동네 곳곳에 30~40여장은 붙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열풍 속에서도 도심 지역인 중구와 서구 주택가는 빈집이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러나 빈집에 대한 현황 파악이나 인구 유입책 등 대책 마련도 쉽지 않아 도심 슬럼화와 방범 문제를 우려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주민들은 "전월세를 빼면 몇년째 부동산 거래가 없는 상황에서 난데없이 주택 투기지역으로 지정돼 상황이 더 심각하다"며 "빈집이 늘면서 살던 주민들도 떠나는 등 분위기가 갈수록 좋지 않다"고 했다.
이런 상황은 서구 비산 4동과 인접한 비산 2, 3동 지역도 비슷한 실정이다.
달성공원 뒤편에 사는 통장 김순남(55.여)씨는 "부동산 거래가 너무 안되니까 벽.전신주 등에 붙은 매매 공고문을 다시 떼내는 형편"이며 "30가구쯤 모여 있는데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이 전.월세가 전혀 나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동안 지역내 대표적인 주택가로 손꼽히던 시립중앙도서관 건너편 중구 삼덕2가동 일대도 대로변에는 고층건물이 늘어서 있으나 골목길로 조금만 접어들면 빈집들이 어렵지 않게 눈에 띈다.
지난 25일엔 이곳 관음사 인근 빈집에 들어가 살던 노숙자부부가 갓 태어난 아기를 데리고 자다 아기가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김용운 동장은 "노숙자 부부가 머물던 빈집을 포함해 동네에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이 10채쯤 된다"고 말했다.
빈집이 늘면서 치안에 대한 우려도 높다.
경찰 관계자는 "방범문제 등을 염려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높아 야간 순찰 등을 강화하고 있다"며 "그러나 사람이 없는 집이 많아 꾸준히 관리하기도 쉽지 않다"고 밝혔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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