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논단-'재외동포법 개정안' 문제 있다

재중동포, 이른바 '조선족'을 위시한 옛 소련지역 및 재일 무국적 혹은 조선국적 300만 재외동포들이 다시금 대한민국 정부의 차별정책에 의해 한민족의 지위에서 내몰릴 처지에 있다.

그들은 지금 몹시 실망하고 또 분노하고 있다.

우리 한민족은 세계 거의 전 지역에 걸쳐 600여 만 명이 흩어져 살고 있다.

중국과 이스라엘에 이은 세계에서 세번째로 많은 숫자이다.

한민족이 이렇게 많이 흩어져 살게 된 연유는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지난 시기 우리 민족사의 비운과 깊은 관계가 있다.

이런 만큼 민족적 정리와 도리에서도 그렇고, 나아가 우리 국가와 민족의 큰 자산이라는 점에서도 600만 재외동포들에 대해서 우리와 우리 정부가 적극적 관심과 정책을 갖는 것은 마땅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에 1999년 김대중 대통령 시절 혈통주의에 근거해 모든 재외동포를 포괄하는 재외동포법을 입안하게 되었다.

그 중심적인 내용은 재외동포들에게 국내에서의 경제활동 상 편리와 우대를 부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외교통상부의 적극적인 반대로 위에서 언급한 대로 재중동포를 포함한 300만 동포가 그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되게 되었다.

그것은 동포 규정에서 '과거 대한민국 국적을 가졌던 자'라는 내용과 대한민국 국적 소유 여부를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기준으로 함으로써 1948년 대한민국 수립 이전에 해외로 이주한 동포들은 그 대상에서 제외시켰기 때문이다.

이 재외동포법에 대해 재중동포 3인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결과, 2001년 11월 29일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일치 판정과 함께 2003년 12월 31일까지 본 법을 개정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본 법은 자동 폐기됨을 결정하였다.

정부와 국회는 그 동안 소극적 자세로 시간만 허비하다, 법무부에서 지난 9월 13일 비로소 재외동포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였다.

그 개정안은 여전히 동포를 차별하는 요소를 담고 있고, 어떤 면에서는 현행 법보다 개악되었다는 점에서 이해 당사자와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마침내 재외동포기본법을 국회에 발의한 한나라당 조웅규 의원은 이러한 법무부 개정안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 해소 여부를 질의하였고, 헌법재판소는 '의견서'에서 법무부 개정안은 위헌 요소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는 답변을 보내온 상태이다.

우리 정부가 재외동포법에 대해 이렇게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는 데에는 먼저 관련 당사국인 중국 등과의 외교적 마찰이 고려되어 있다.

중국은 우리의 재외동포법 제정에 시종일관 신경을 곤두세우고 적극적인 관여를 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중국은 어느 나라 못지 않게 적극적으로 재외동포 정책을 쓰고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에게는 이렇게 무리하고도 무례한 외교적 압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우리 정부는 계속해서 수세적 입장에서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다.

우리 정부가 이렇게 중국과의 외교에서 굴종에 가까운 자세로 임하는 데에는 북핵문제나 무역문제 등과 같은 민감하고도 중요한 외교적 문제들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서 대중국 외교를 사안별로 대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칫하면 작은 것을 얻으려다 큰 것을 잃을 수가 있다.

덧붙여 우리 자신도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너무 소아병적.근시안적 자세로 민족 문제를 접근하는 것이 아닌가란 것이다.

남북의 문제에서도 드러나듯이 우리는 '대한민국'이 아닌 '소한민국'적 생각과 태도에 젖어 있다.

이번에 제외되는 동포들은 가난하거나 아주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그들은 우리 민족이 가장 어려웠던 시절 어쩔 수 없이 고국을 떠난 사람들의 후예이고, 그 가운데는 특히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분투했던 분들이 많았으며, 또한 그들은 정치적 상황으로 말미암아 대한민국의 국적을 선택할 기회마저 갖지 못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그들에 대해 내팽개치듯 대하는 우리 정부의 태도는 섭섭함을 넘어 원한을 살 지경에까지 이를 수 있다.

이제 우리는 따뜻한 민족애로 그 들을 감쌀 필요가 있으며, 다른 재외동포들과 같은 자격으로 국내에서 활발한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해주어 가난으로부터 벗어나고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 굳건히 현지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

이것은 동북아 중심국가로 발돋움하고, 나아가 세계 속의 한국으로 우뚝 서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홍원식(계명대 교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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