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도연 "늦가을 물속 연기...뼈가 시려요"

"뭐요? 바람이 세져 바다로 못 나간다고요". 지난달 30일 오후 2시 제주도 우도(牛島)의 영화 '인어공주'(제작 나우필름) 촬영장. 잔잔하던 바다가 갑자기 요동을 치는 바람에 촬영장소가 바다 한가운데서 비양도 선착장으로 바뀌었다.

"띵 띠리링~". 귀에 익숙한 휴대전화 벨소리. 파도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바닷가라 그런지 천둥소리에 가까웠다.

"컷! 누구야! 배우가 저렇게 고생하는데 누가 방해하는 거야". 박흥식 감독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휴대전화를 들고 냅다 튀었다.

공개 촬영이 진행되는 날이어서 취재진의 카메라 셔터소리와 플래시로 몇번이나 NG가 났다.

전도연은 초겨울 바닷물 속에서 추위를 참고 있었다.

촬영 장면은 영화 속 스무 살의 연순(전도연 분)이 짝사랑하는 우체부 진국(박해일 분)이 지나가는 것을 기다리며 바다에서 굴과 소라 등 해산물을 따는 대목.

전씨는 감독의 '큐' 사인에 찬 바닷물 속으로 한동안 잠겨 있다 수면 위로 얼굴을 내밀어 '숨비소리'(숨을 고르며 다른 해녀들과 신호하는 휘파람)를 낸다.

하지만 휘파람은 이내 '끙끙'거리는 신음으로 바뀌었다.

아무리 남쪽 섬이라고는 하지만 10월말 바다 수온이 20℃ 이하라 그 추위는 대단한 것이다.

하필 10월말에 촬영을 하느냐고? 태풍 매미로 인해 한달간 촬영일정이 늦춰졌기 때문이다.

1시간 가량 추위와 싸우던 전씨는 입술이 새파랗게 질린 채 뭍으로 나와 곧장 뜨거운 물 속에 몸을 담갔다.

머리까지 담요를 뒤집어쓴 채 있기를 20여분. 어느정도 온기를 되찾은 전씨가 담요 밖으로 살짝 고개를 내민다.

"물속에서 노는 것이 재미는 있지만 추워서 너무 힘들어요".

내년 봄 개봉 예정인 '인어공주'는 20대 처녀 나영(전도연)이 우연히 부모의 젊은 시절로 돌아가 그들의 사랑 이야기에 동참한다는 줄거리이다.

따라서 전도연은 엄마와 딸의 1인 2역을 맡았고, 박해일은 섬마을 집배원인 '우체부' 역할로 출연하고 있다.

지난 2001년 전도연 주연의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를 연출한 박흥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신생 영화사 '나우필름'(대표 이준동)의 창립작품이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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