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살기위해서...

요즘 온 나라가 돈으로 미쳐 돌아가는 형국이다.

채널을 돌려도, 신문을 펼쳐도 첫머리부터 "검은거래 분통터진다" "먹고 살려고 훔칩니다" "생계형 범죄 급증" "100억원도 받는데 500만원 쯤이야" 온 나라가 구린내로 진동한다.

최고위 공무원에서 말단까지 부패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지는 오래지만 해도해도 너무 한다.

가난 구제는 나라님도 못한다는 말이 무색하다.

슬쩍 챙겨먹는 액수는 통상 "억"이고, 세상 돌아가는 소식에 열받아 "억"하고 놀란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입만 벙긋하면 억.억.억 이다.

초등학교 어린이들도 "얼마나 가지면 부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100억이요"라고 쉽게 말한다.

원칙보다 유전무죄라는 자조가 서민의 술잔에서 터져 나온다.

이러니 한국병이라는 화병이 많은 모양이다

힘있다는 인간들이 죄다 이 모양으로 독식하니, 돈은 넘쳐나도 서민들은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몇 해전 IMF가 국민들의 주머니는 물론 마음까지 빈털터리로 만들었다.

그때는 길거리에는 노숙자가 넘쳤고, 우유 달라 보채는 아기 울음소리가 골목길을 슬프게 했어도 그나마 희망이 있었다고 한다.

어찌된 영문인지 지금은 IMF시절보다 더 힘들다고 모두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현재 우리사회 절대빈곤층이 10%를 넘는다고 한다.

보릿고개 때나 있음직한 현상이다.

초근목피로 끼니를 때우는 수준이다.

갈수록 빈부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는 증거다.

위정자들은 단순히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득권을 이용해 불법, 탈법행위에만 혈안이다.

국가는 국민에게 희망과 믿음을 주고 부귀한 자는 빈천한 처지의 고통을 알아야 함에도 그들은 자신의 부귀영달에만 몰두하고 있는 꼴이다.

춘추시대 노(魯)나라의 실권자 계강자가 공자에게 물었다.

"만일 무도한 자를 죽임으로써 백성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한다면 어떻겠습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그대가 정치를 하고 있으면서 어떻게 죽인다는 말을 그렇게 할 수 있는가". 여의도 높은 분들이 이 말을 곱씹어 보길 바란다.

남학호(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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