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가 너무 아파 도저히 시험을 계속할 수가 없었습니다".
5일 대구 경대사대부고에서 수학능력시험에 응시했던 장애인 허광훈(37.대구 상인동.사진)씨.
불편한 몸을 끌고 2년간 수능 준비를 해왔지만 결국 2교시 수리영역 시험을 마친 후 시험장을 빠져나왔다.
뇌성마비 지체장애인인 허씨가 장시간 앉아서 시험을 보기에는 몸에 무리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허씨는 "고사장에 들어가기 전에는 편의시설 문제만을 이야기했었지만, 시험을 치르다 보니 시험 시스템에도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수능 시험 규정에는 중증장애인에게 10~20분씩 시험 시간을 더 주도록 돼 있지만 쉬는 시간 20분에서 빼기 때문에 결국 휴식을 취할 시간없이 시험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
허씨는 이날 시험을 위해 2년간을 장애인 야간학교에서 공부했다.
지체장애인인 허씨에게 상인동에서 야학이 있는 효목동까지는 오가는데 3시간 이상 걸리는 '머나먼 길'. 허씨는 이 먼 길을 마다않고 야학에 다니며 대학 진학의 꿈을 키워왔다.
야학의 간사 윤삼호씨는 "지난 2월부터는 지하철 참사로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자 교대역에서 동대구역 구간을 시속 10km인 전동휠체어를 타고 오면서 하루도 수업에 빠지는 날이 없었다"고 했다.
허씨가 장애를 가진 몸으로 수능에 응시하게 된 것은 21세 때 포기했던 보치아(공을 굴려서 멀리 떨어진 상대편의 다른 공을 맞추는 경기) 지도자가 되고 싶었기 때문. 그는 고아원 수용시설인 보성학교 시절, 처음으로 보치아를 접하고 선수생활을 시작했지만 혼자 생계를 꾸려 나갈 수가 없어 1988년 결국 포기했어야 했다.
이 때문에 허씨는 현재 낮에는 동대구역에서 껌을 팔고 밤에는 야학에서 보치아 지도자의 꿈을 키워왔다.
"15년 동안 하루도 보치아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했습니다.
용인대 특수체육과에 진학해 보치아 지도자가 되고 싶습니다". 허씨는 5일 수능시험을 포기하고 나왔지만 이날도 여느 때처럼 야학에 나가 수업을 들었다.
한편, 허씨는 지난 4월 교대역에서 장애인 편의시설 부족에 항의하다 '악연'이 '인연'으로 발전, 오는 17일에는 지하철 공사 신입사원에게 '장애인의 인권'을 주제로 강연을 할 예정이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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