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강재섭 의원 '허주(虛舟)'병문안

한나라당 강재섭 의원이 5일 신장암으로 투병중인 허주(虛舟.김윤환 민국당 전 대표의 아호)를 찾았다.

지난 2000년 총선을 앞두고 허주를 내쫓았던 '2.18 공천 대학살' 이후 두 사람이 직접 얼굴을 맞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허주는 강 의원을 환한 미소로 맞았다고 한다.

그러나 병마와 사투 중인 허주는 이내 의식을 잃었다.

두 사람의 대화는 더 이상 불가능했다.

'킹 메이커'와 '차세대 주자'로 정치사를 풍미한 이들은 누구보다 서로에게 '애증'이 깊었다.

지난 98년 강 의원이 '토니 블레어'를 기치로 당권 도전을 선언했을 때 가장 만류하던 이가 허주였다.

아직 '어리다'는 이유에서였다.

허주를 든든한 후원자로 생각했던 강 의원으로선 그의 견제에 마음이 상했고 끝내 도전을 접어야 했다.

강 의원의 경선 포기는 그의 정치이력에 커다란 오점을 남겼다.

마찬가지로 허주가 16대 공천에서 탈락한 뒤 한나라당을 탈당, 'TK보수신당'을 만든다고 했을 때 강 의원은 신당행을 거부, 허주에게 충격을 안겼다.

허주는 내심 신당의 '얼굴마담'으로 강 의원이 나서주길 원했지만 그는 명분이 없다며 등을 돌렸던 것이다.

강 의원의 거부로 허주의 신당은 흔들렸고 결과적으로 당시 대구.경북의원 누구도 신당행을 택하지 않았다.

허주의 몰락 이후 이회창 당시 총재는 대구.경북을 위무하는 차원에서 강 의원을 당 정책위의장에 앉히려 갖은 정성을 쏟았지만 강 의원은 끝내 고사했다.

'선배에 대한 예가 아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리고 세월이 흘렀고 두 사람이 가진 그간의 회한을 풀기엔 허주의 병세가 너무 악화돼 있었다.

이날 강 의원은 '쾌유를 빈다'는 말을 허주의 부인 이절자씨에게 전한 채 발걸음을 돌렸다.

이씨는 허주를 대신해 '고맙다'고 말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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