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 소년이 함께 잠자던 중학생 형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칠곡경찰서는 5일 새벽 3시10분쯤 같이 잠자던 형(15.중 3년)을 살해한 혐의로 중학교 1년 박모(13.칠곡군 북삼읍)군을 이날 오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범행 직후 겁이 나 도망쳤다가 12시간 만에 경찰에 붙잡힌 박모(13)군은 아직도 어린 티를 벗지 못한 소년이었다.
박 군은 "전날 밤 12시쯤 형이 흉기를 건네주며 '내가 잠들면 죽여라. 만약 오늘밤 나를 죽이지 않으면 내일 너를 죽이겠다'며 윽박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덩치가 큰 형에게 평소 공포심을 갖고 있던 박 군이 형의 강요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조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박 군은 형의 '명령'이 두려워 새벽 3시까지 TV를 보면서 잠을 자지 않으려고 애썼다.
새벽에 잠을 깬 아버지가 "내일 학교에 가려면 빨리 자라"고 말하자, 방에 들어가 형을 살해했다.
겁에 질린 박군은 무작정 집을 뛰쳐나와 이날 오후까지 구미시내를 돌아다녔고 배가 고파 집으로 돌아오던 중 칠곡경찰서 수사팀에게 붙잡혔다.
경찰조사 결과 박 군 형제는 어려서 어머니를 잃은 뒤부터 창원의 조부모 슬하에서 자랐으며, 작년 7월쯤 아버지가 사는 칠곡으로 전학온 것으로 밝혀졌다.
박 군의 아버지는 "큰 아들은 내성적이지만 작은 아들은 쾌활했다"며 "여행을 다녀오면 반드시 아버지 선물을 사가지고 올 정도로 착했다"고 말했다.
경찰조사에서 박 군은 "형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일단 박 군의 진술을 믿기로 하고 박 군을 조사한 뒤 가정법원으로 송치하기로 했다.
박군은 형사 미성년자로 촉법소년이어서 가정법원 재판을 거친 뒤 소년분류심사원으로 보내져 소년원 송치 여부를 결정한다.
촉법소년은 대부분 집으로 돌려보내지만 강력 범죄의 경우 소년원으로 송치될 수도 있다.
계명대 동산병원 정신과 김정범 교수는 "동생이 억압된 분노심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가 이날 밤 형의 강압으로 분노가 폭발해 즉흥적인 행동으로 옮겼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칠곡.이홍섭기자 hs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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