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능시험은 영역별로 수험생들의 체감 난이도가 저마다 달라 입시전문가들조차 실제 점수 분포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구체적으로 판단해볼 수 있는 자료는 6일 오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하는 표본채점 결과지만, 이 역시 다소 오차가 있다
따라서 이와 함께 교사들과 입시기관 관계자들이 분석한 영역별 출제 경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언어영역=현대 소설에서 오정희의 '중국인 거리'를 제외하면 나머지 지문의 길이가 짧아져 작년에 비해서는 문제 풀이에 어려움이 적었다.
수험생들이 지난 9월 평가원 모의고사나 작년 수능에 비해 쉽다고 답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지문 독해에 비해 문제 풀이가 만만치 않은 점, 3점짜리 문항이 다섯 개나 출제돼 틀릴 경우 감점이 큰 점, 생소한 지문이 여전히 많은 점 등은 수험생들의 희비를 엇갈리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했다.
전체적으로는 듣기와 쓰기, 읽기 세 분야에 걸쳐 60문항이 출제됐으며 3점 5문항, 2점 50문항, 1점 5문항 등 차등 배점을 통해 변별력을 높이려는 의도가 보였다.
작년까지는 1.8점, 2점, 2.2점 등 3가지 문항이 출제됐으나 올해부터 소수점 배점이 사라지는 바람에 문항간 배점 차이가 0.4점에서 2점으로 커진 것이다.
국정교과서 내 지문 2개, 검인정 문학교과서 내 지문 일부가 출제됐으나 교과서 밖 지문 비중이 여전히 높아 어렵게 받아들이는 수험생이 많았다.
특히 읽기 비문학 영역에서 독서 체험을 많이 한 학생이 유리하도록 칸트의 글이나 양자역학 등을 다룬 지문도 출제돼 눈길을 끌었다.
쓰기에서 작년보다 두 문제 많은 여덟 문제가 출제된 점도 특이했다.
문학작품 선정에 있어 70, 80년대 작품을 출제, 현대로 끌어당겼고 현대 소설에서 여성 작가의 작품을 출제해 선정의 균형을 갖춘 점도 두드러졌다.
◇수리영역=입시기관들은 대체로 쉬웠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으나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항이 3개 정도 있어 까다로웠다고 하는 수험생이 많았다.
문항당 배점은 교육과정상 중요도와 문항의 난이도를 고려해 기본적인 계산능력과 이해력을 측정하는 문항은 2점, 고차적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항은 3점으로 배점했다.
전반적으로 복잡한 계산을 요구하는 문항이 없고 주관식 문항도 평이해 교과서의 기본 개념과 원리, 법칙 등에 대한 이해를 갖추면 무난히 풀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중.상위권 수험생들의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중간 수준, 다소 높은 수준의 문항도 포함됐다.
컴퓨터, 열기구, 생물학 등을 소재로 실생활과 관련지은 문제가 눈에 띄었다.
공통수학과 수학Ⅰ, 수학Ⅱ의 문항 수 비율은 작년과 같았으나 인문계 공통수학이 8점에서 12점으로 높아진 반면 자연계 수학Ⅰ의 배점이 6점에서 4점으로 줄었다.
◇사회탐구=작년 수능에서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을 만큼 난이도가 높았지만 올해는 그에 비해 평이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했지만 문항의 소재는 교과서에 얽매이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내용, 시사적인 문제 등과 관련된 것을 선택했다.
부동산 투기, 새만금 간척사업, 한국군 해외 파병 등 국내.외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시사 문제를 교과 지식과 연결하거나 대책을 묻는 문제가 여럿 출제됐다.
선택 과목은 개념이나 원리에 대한 이해를 갖추면 풀 수 있는 문항 위주로 출제돼 과목간 난이도 불균형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과학탐구=작년에 비해 다소 어렵게 출제돼 수험생들의 풀이가 쉽지 않았다.
교육과정을 충실히 따라온 수험생은 무난히 풀 수 있는 문제와 다양한 난이도의 문제, 예전에는 다루지 않았던 문제 등이 섞여 체감 난이도는 높았다.
일상 생활과 사회적 상황에 과학 개념을 적용,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문항이 많았으며 최신 연구 결과를 응용한 문제도 나와 수험생들로서는 해결책 접근이 쉽지 않았다.
선택과목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전 단원에 걸쳐 고르게 출제됐으나 통합교과형보다는 단일교과형 문항 위주로 출제됐다.
◇외국어영역=지문의 길이는 예년보다 다소 길어졌으나 어휘, 문법 수준은 지난해 수능, 9월 평가원 모의고사와 비슷해 체감 난이도는 높지 않은 편이었다.
듣기와 말하기의 경우 70~100단어 안팎의 대화와 담화로 구성하되 수험생의 경험 수준에 들어가는 상황이 제시됐다.
읽기와 쓰기에서 200단어 안팎의 긴 지문도 출제돼 중하위권 수험생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전통문화, 야생 동.식물, 예술과 컴퓨터 등과 관련된 통합교과적 내용을 다룬 문항과 태풍 피해, 화성 접근 등 시사성 있는 문항도 여럿 출제됐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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