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위원석-여론 뛰어 넘어 할말도 해야

김수환 추기경은 "북한은 햇볕정책에도 불구하고 자세와 체제에 아무 변화가 없고, 오히려 민족 공조를 내세우며 남한에 친북·반북의 분열을 유발시키고 있어, 햇볕정책으로 남북 사이에 진정한 의미의 화해와 협력이 이뤄지는지 심각하게 성찰해봐야 하며, 어떤 통일인가를 묻지 않는 몰(沒) 체제적 통일론은 문제가 있고, 남북 만남의 마당을 북의 선전장, 입지 강화의 자리로 삼는 것은 지양해야 하며, 정부도 이들에게 유화책으로 일관해서는 안되고 분명한 선을 그을 때"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8월27일자)

최근 송두율씨 사건으로 다시 한번 국론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경험을 했는데, 정말 추기경의 말씀에 공감이 간다.

이제는 정부만 유화책으로 일관해서도 안되며 언론까지 분명한 선을 그을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데 지난 U대회 기간 중 우리는 어떻게 하였나. 수틀리기만 하면 철수하겠다는 북한 선수단의 으름장에 정부와 주최측은 온갖 사과에다 사정을 하여 매달리고 시민들은 아예 북한 응원단 신드롬에 빠지는가 하면 심지어 어떤 관람객들은 우리의 동맹국인 미국선수들에게 야유까지 보냈다.

북한측이 온갖 내정간섭을 해도 그만, 폭행을 해도 모처럼의 행사를 잘 하면 그만이었고, 그런 점에서 매일신문 역시 추기경의 말씀처럼 분명한 선을 긋지 않았던 것으로 보였다.

그래도 언론만은 북한 응원단이 외치는 통일이 무슨 통일인지 시민들에게 밝혀 주어야 했었다.

그냥 덮어두고 동상이몽식으로 통일 통일하다가 우리가 북에는 선전장만 제공하고 우리끼리 이념갈등을 유발해서야 되겠는가. 기자는 펜으로만 말한다.

그런데 기자인지 뭔지 모를 북한 특파원들이 우리 국민들에게 주먹을 휘두른 사건은 그야말로 엽기적인 것이었고, 비 내리는 날 김정일 현수막 회수 사건도 어느 아주머니 말처럼 희한한 사건이었는데 그냥 밋밋한 사실 보도에 그치고 있다.

결과는 어떤가. 10월17일자 34면에 게재된 어떤 초등학교 학생의 '북한 여자축구 응원'이란 글은 "남한과 북한이 모두 통일이 되기를 바라고 있고, 통일도 멀지 않아 보였다"고 끝을 맺고 있다.

남북의 체제가 깊은 갈등을 드러낸 이번 U대회를 자라는 세대들로 하여금 감동적인 통일의 장으로만 느끼게 한다면 어쩌자는 것인가. 무슨 통일인지 우리가 쉬쉬 할 것도 아닌데 왜 우리는 통일 얘기만 나오면 어떤 통일인지는 말조차 하려 하지 않는가.

매일신문은 북측이 가고 나서야 8월27일자 3, 4, 5, 32면에 또 9월2일자 5, 6, 18면에 도배하듯, 그러나 산만하게 다루고 있지만, 심층적 체계적인 기사가 아닌 데다 시의마저 놓쳐 기사 의미가 반감된 것 같았다.

진정한 언론은 때로는 여론을 뛰어넘어 가야 할 때도 있음을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새겨 주었으면 한다.

깔끔하고 살아 있는 영상 표현에 대한 매일의 노력이 눈에 띈다.

그러나 10월4일자 22면의 울릉도 앞바다 용오름 사진은 동일자 중앙일보 7면이나 조선일보의 그것에 비하면 초라하고 생동감이 없다.

사진부의 분발이 아쉽다.

8월12일자 18면의 오페라하우스에 대한 기사는 종전의 경쟁지 기사가 겉치레의 칭찬일색임에 비하여 날카롭게 비판하는 내용이 공감이 간다.

10월25일자 23면의 쓰레기 분리수거가 타 도시에 비하여 한심한 수준이라는 기사는 참신하여 호감이 가는데 우리 대구의 실체를 파악하는 심층적 기사로 정리하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늘 느끼는 점이지만 7월24일자 총기강도사건 기사는 중앙지에 비해 깔끔하지 않고 10월27일자 1면의 '공사립고교 지역편차'에 대한 기사는 심층 터치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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