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밖에서 배운다-서거정 선생의 대구 10경

조선시대 서거정 선생은 대구에서 아름다운 경치 10곳을 정해 칠언절구를 남겼다.

대구 사람이라고 해도 사실 대구 10경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아름다움의 기준이란 세월이 흐르면 변하기도 하지만, 그 옛날 서거정 선생이 노래한 대구 10경을 찾아 당시의 아름다움을 떠올리며 그간의 역사를 되새겨보는 것도 의미있을 것이다.

대구의 10경은 금호강의 뱃놀이, 삿갓바위에서의 낚시, 거북산의 봄구름, 금학루의 밝은 달, 남소의 연꽃, 북벽향림, 동화사의 스님을 찾음, 노원에서의 송별, 팔공산에 쌓인 눈, 침산의 저녁노을 등이다.

(괄호 안은 서거정 선생의 시)

1. 금호강의 뱃놀이=경주와 보현산 등지에서 발원한 금호강은 예로부터 백사장, 진달래, 바위, 갈대 등으로 유명해 시인이나 가객들이 많이 찾던 곳이다.

(금호강 맑은 물에 조각배 띄우고/한가히 오가며 갈매기와 노닐다가/달 아래 흠뻑 취해 뱃길을 돌리니/오호가 어디더냐 이 풍류만 못하리)

2. 삿갓바위에서의 낚시=삿갓바위는 지금의 건들바위를 말한다.

예나 지금이나 건들바위는 특별한 곳으로 대접을 받은 듯하다.

(이슬비 자욱이 가을을 적시는데/낚시 드리우니 생각은 하염없네/잔챙이야 적잖게 건지겠지만/금자라 낚지 못해 자리 뜨지 못하네)

3. 거북산의 봄구름=거북산은 지금의 제일여중 자리에 있는 거북바위가 있는 산을 말한다.

거북산은 순종때 정오를 알리는 다섯 발의 대포를 발사했다고 해서 오포산으로 불리기도 한다.

(거북뫼 아득하여 자라산 닮았고/구름 토해냄이 무심한 듯 유심한 것이/온 땅의 백성들이 애타게 기다리는/가뭄에 단비 만들어 주려 함이네)

4. 금학루의 밝은 달=금학루는 현재의 경상감영공원 터 북쪽인 중구 대안동 50번지에 자리해 있었다.

경상감영 북쪽 달성관이라는 객사(客舍) 모퉁이에 있었던 누각인 듯하나 지금은 흔적이 없다.

(일년에 열두번 둥근달이야 뜨지만/기다리던 한가위달 한결 더 둥그네/긴 바람 한바탕 불어 구름 쓸어내니/누각에 티끌 한 점 붙을 자리 없네)

5. 남소의 연꽃=남소는 남쪽의 못이라는 뜻인데 설명이 여러가지다.

지금의 영선시장에 있던 영선못을 말하는 이도 있고 두류공원 내 성당못이라고 하는 이도 있다.

(새로 나온 연꽃 포갠 동전 같더니/꽃 다 피고 나니 배보다 더 크네/감 커서 쓰기 어렵다 말 것이/고질병에 긴히 써서 온 백성 고치리)

6. 북벽의 향림=지금의 동구 도동180번지 천연기념물 1호가 있는 측백나무 숲을 말한다.

(옛 벽에 푸른 측백 옥창같이 자라고/그 향기 바람따라 철마다 끊이잖네/정성 들여 심고 가꾸기에 힘쓰면/맑은 향 온 마을에 오래 머무리)

7. 동화사의 스님을 찾아감=동화사는 신라 소지왕 15년(493)에 극달화상이 창건하여 흥덕왕 7년(832)에 중건할 때 간자 892개를 던져 그 떨어진 곳에 불당을 만들었다가 때마침 겨울인데도 오동나무꽃이 피었다 해서 동화사(桐華寺)라 불렀다.

(멀리 절로 가는 좁은 돌층길/ 푸른 등나무 하얀 버선 검은 지팡이/ 이흥을 누가알라 남들은 모를 것이/ 청산에 취해서 찾을 중 있었네)

8. 노원에서의 송별=지금의 노원동에 있는 팔달교 남쪽은 서울로 가기 위해 다리를 건너야 하던 길목이었다.

아마 이곳에서 많은 이들이 작별을 나눈 듯하다.

(한양길 버들잎은 해마다 푸르고/ 줄이은 주막들이 길게도 늘어섰네/이별의 노래 그치고 흩어진 뒤에는/ 빈 술병만 짝이 되어 모래밭에 딩구네)

9. 팔공산에 쌓인 눈=팔공산의 여러 모습 중 멀리서 바라보는 설경은 분명 팔공산의 또 다른 멋이다.

(팔공산 천길 높이 가파르게 솟고/쌓인 눈 하늘 가득 이슬 되어 맑구나/사당 모시니 신령님 응감 있어/해마다 서설 내려 풍년을 점지하네)

10. 침산의 노을=지금은 집과 빌딩들이 늘어서 예전만 못 하겠지만 서쪽 산으로 지는 석양은 여전히 일품이다.

(물줄기 서로 흘러 산머리에 닿고/침산의 푸른 숲은 가을 정취 더하네/저녁 바람 타고 오는 방아 소리는/노을에 젖은 나그네 시름 애끓게 하네) 김경호(체험교육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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