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 때문에 3년간 2억을 날렸어요. 그 스트레스로 머리카락이 다 빠졌어요".
김모(45)씨는 친구말만 믿고 쇼핑몰 옷장사를 시작했다가 돈과 시간만 낭비하고 다시 보금자리인 시장으로 돌아왔다.
식품, 정유 등 여러 업종의 장사 경험이 있는 김씨는 2001년 부산의 한 패션몰에 입점했다가 한달에 1천만원꼴로 적자를 본 후 8개월만에 다시 대구 패션몰에 들어갔다.
하지만 가게세, 인건비를 빼고 나면 남는 것이 없어 포항 패션몰로 자리를 옮겼지만 패션몰 측의 부도로 4천만원의 손해를 보게 됐다.
김씨는 장사 실패 요인으로 정찰제가 통하지 않는 쇼핑몰 특성을 꼽았다.
능숙한 가격흥정이 판매를 좌우하는 만큼 옷장사에 경험이 없었던 김씨는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것.
의류매장뿐만 아니라 패션몰에 입점한 식당도 마찬가지다.
임모(49.대구시 수성구 황금동)씨는 전업을 위해 한 패션몰 식당코너에 입점했다가 1년만에 7천만원의 손해를 봤다.
임씨는 "분양가가 너무 고가인 데다가 패션몰 측이 영업을 뒷받침해주는 구조적인 시스템이 미흡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쇼핑몰의 유동인구 감소가 식당 영업에 영향을 미쳤던 것. 그 외에도 임씨는 패션몰 측에서 애초 계약 조건과는 달리 광고료를 떠안기고 빈 점포 인수를 유도하는 등 정상적인 영업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했다.
현재 대구시내 7, 8개의 패션몰 중 그나마 정상적으로 영업이 되고 있는 곳은 1, 2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쇼핑몰은 공실률이 90%가 넘어 개점휴업 상태이며 대구밀리오레는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과포화상태인 대구패션몰들이 극심한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투자 목적으로 패션몰에 입주했다가 지금은 직접 운영을 하고 있는 밀리오레의 한 상인은 "패션몰이 과포화 상태인 데다 경험없이 뛰어든 사람이 다수여서 실패한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실률이 70~80%를 넘어서도 일부 노련한 상인들은 단골을 확보하고 꽤 매출을 올리기도 한다.<
패션몰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은 불황 탓도 있지만 유명브랜드 이월의류를 저가에 판매하는 명품 아울렛, 할인점이 잇따라 생겨 가격경쟁력이 약화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대형 쇼핑몰들은 치열한 생존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대구밀리오레는 지난달 22층 피트니스 센터를 운영한 데 이어 이달엔 지하 공간에 대형 호프집을 연다.
갤러리존은 1층에 준보석 매장을 입점시켜 공간 변화를 꾀하고 있다.
패션몰 입점업주들은 "지역의 수요와 유동인구 분석 그리고 경기에 대한 정확한 예측 없이 마구잡이로 대형 패션몰이 난립하여 일반 상인의 피해가 컸다.
앞으로 편의시설을 강화한 복합 쇼핑몰의 형태로 변모해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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