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 '경영권 위기'

7일 장 마감 직전 익명투자가가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대거 매입, 현대그룹의

경영권 확보를 둘러싼 지분경쟁이 본격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재 증권가 등에서 제기되고 있는 정상영 KCC 명예회장측의 지분 매입설이 사

실로 확인될 경우 정 명예회장측의 엘리베이터 지분은 현 회장측의 지분을 훨씬 상

회하게 돼 '경영권 인수'가 초읽기에 들어가게 된다.

이 경우 현 회장 체제의 조기 종식이라는 극단적인 상황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

여서 현 회장측의 대응 등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정 명예회장측 경영권인수 '초읽기(?)' = 최근 며칠간 급등세를 보였던 현대

엘리베이터 주식은 전날에 이어 7일에도 계속 하한가를 기록하다 장마감 직전에 익

명의 투자가가 우리증권 창구를 통해 42만3천주(전체 지분의 7.5%)를 매수, 전날보

다 3천원(3.95%) 오른 7만9천원으로 마감됐다.

제3의 세력일 경우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현재로서는 정 명예회장측이

매집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증권가 등에서는 보고 있다.

일단 현대엘리베이터를 비롯한 현대그룹측은 "우리가 산 것은 아니다"라고 공식

입장을 밝혀 매집가능 대상에서는 배제된 상태다.

이와관련, KCC 고위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산 사실이

없으며 만약 샀다면 여러가지 정황으로 미뤄 짐작컨대 정 명예회장측에서 매입하지

않았겠느냐고 추정되지만 정확한 것은 알 수 없다"고 말해 정 명예회장측의 매입가

능성에 무게중심을 두는 분위기였다.

이에 앞서 KCC측은 "현 회장측의 대응여부에 따라 주식을 추가로 사들이는 방안

을 검토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도 '범현대가'를 중심으로 한 정 명예회장측이 주식을 매입했다면 정 명

예회장측의 우호지분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 하더라도 기존의 29.02%에서 36.52%로

껑충 뛰어올라 현대엘리베이터의 기존 대주주 지분(27.4%)를 크게 상회하게 된다.

특히 정명예회장측이 적지 않은 물량을 비공식적으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정

명예회장의 지분은 40%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경우 정 명예회장측의 경영권 인수는 '초읽기'에 들어갈 수 있어 향후 지각

변동이 예고된다.

◆현 회장측 초비상속 대책부심 = 현대그룹측은 추가 주식 매수 소식이 전해지

자 긴급 회의를 소집, 대응책에 부심하는 등 초긴장 상태에 휩싸였다.

현 회장측은 고 정몽헌 회장의 현대상선 지분(4.9%)의 일부를 처분, 김문희씨의

엘리베이터 대주주 지분(18.6%)에 대한 정 명예회장의 담보빚을 해소키로 하는 등

방어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정 명예회장측에 맞서기는 현실적으로 역부족이다.

현대그룹 고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자금여력이 없어 지분 추가매입 등을 고려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 명예회장의 경영권 인수작업이 본격적인 실체를 드러낼 경우 현 회장 체제가

조기에 종식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정 명예회장측은 이미 "아마 당분간 현 회장 체제를 바꾸지는 않겠지만 계속 뜻

이 안맞으면 물러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이에 앞서 현 회장의 취임을 둘러싸고 현대가 내부에서 충분히 합의가 되지 않

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 명예회장과 현 회장간 마찰설이 끊이지 않았으며 정 명예

회장이 정씨 피가 섞이지 않은 현 회장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는 소문도 현대가를 중

심으로 계속 흘러나왔었다.

특히 정 명예회장을 비롯한 정씨 일가는 현재 현 회장 주변에 있는 가신그룹을

못마땅히 여기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 회장이 회장직 및 경영권 의지를 표명하며 비상대책을 강구하고 있는데다 정

명예회장측과 '상호조율'을 통한 '협상'을 시도할 것으로 보이나 전망은 매우 불투

명한 상태다.

한편, 정상영 금강고려화학(KCC) 명예회장측이 최근 사모펀드를 통해 현대엘리

베이터 지분 12.82%를 매입한 것은 궁극적으로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KCC 고위 관계자는 7일 현대그룹의 경영권 갈등과 관련해 "(정 명예회장이) 아

마 당분간 현정은 회장 체제를 바꾸지는 않겠지만 계속 뜻이 안맞으면 물러나게 할

수도 있을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정 명예회장의 위치는 (현 회장의) 친척이었지만 이번

지분 매입으로 대주주의 위치가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번 지분 매입은 가족 회의를 거쳐 결정됐다"며 정 명예회장의 단독 결

정이 아닌 정씨 일가의 의중이 실린 조치임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과 정몽준 의원 등 고 정몽헌 회장 형제들도

정상영 명예회장의 뜻에 동의했는 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 관계자는 "정몽헌 회장 사후 경영권에 대해 가족끼리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정 명예회장과 김문희(현 회장 어머니) 여사측이 계속 마찰을 빚어왔다"면서 "(정

명예회장이) 현정은 회장의 취임도 말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현대가의 일부 인사들이 정씨 피가 섞이지 않은 현 회장이 그룹 경영을

맡는 것에 대해 탐탁지 않게 여겨온 끝에 결국 지분 확보를 통한 실력 행사에 나서

기로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현대엘리베이터의 현정은 회장측 지분은 대주주인 김문희 여사(18.6%) 지

분을 포함해 27.4%인 반면, 정상영 명예회장측은 지난 8월 '범 현대가' 9개 계열사

가 매입한 16.2%에 사모펀드를 통해 매입한 12.82%를 더해 29.02%다.

더욱이 이날 장마감 직전 42만3천주(전체 지분의 7.5%)를 대량 매입한 주체가

정 명예회장측이라면 그의 지분은 36.52%로 현정은 회장측을 압도하게 된다.

KCC 관계자는 "필요하다면 추가로 지분을 확보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여러가지 정황으로 미뤄 짐작컨대 정상영 명예회장측에서 사지않았

겠느냐고 추정되지만 정확한 것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측은 "우리가 매입한 것은 아니다"고 밝힌 뒤 "현재로서는

자금여력이 없어 지분 추가 매입 등을 고려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문희 여사도 "설마 정 명예회장께서 경영권 인수까지야 하겠느냐"며 "투자 목

적으로 믿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정상영 명예회장이 이날 중으로 중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현 회장이 정 명예회장과의 협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그 결과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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