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의 4개국 본선 리그에서 1승2패로 3위에 그친 것은 한국 야구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준 성적이다.
올림픽 예선 및 본선에서 한일 국가대표팀간 전적은 3승3패로 팽팽하지만 일본이 한국의 콧대를 꺾어놓겠다고 프로야구 올스타로 대표팀을 꾸리며 나서자 여지없이 실력차를 드러냈다. 한국은 91년, 95년, 99년 올림픽 지역 예선전에서 일본에 1승3패,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본선에서 1패했지만 2000년시드니올림픽 본선에서 2전 전승을 거둬 종합 전적상 3승4패로 조금 열세다.
한국은 지금까지 아시안게임 등에서 프로야구 선수 2-3명이 출전하고 나머지 사회인 야구 선수가 주축이 된 일본 대표팀을 꺾으며 아시아 최강이라며 자존심을 내세웠지만 이날 프로야구 주력들끼리 맞붙은 대결 결과 한 수 아래라는 현실을 노출시킨 셈이다.
●대표팀 관리 문제
올림픽 본선 3회 연속 진출 시도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는 대표팀이 일본 삿포로로 출발하기 전부터 나왔다.
프로야구 코리안시리즈가 끝난 후 이틀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대회 첫 경기는 9일앞으로 코앞에 닥친 시점에서 대표 선수 전원 소집이 이뤄졌다. 코리안시리즈 7차전을 모두 치른 현대와 SK의 선수들은 파김치가 된 상태였고 이승엽과 홈런 레이스를 벌였던 심정수를 비롯해 SK의 좌완 투수 이승호는 부상으로 뛸 수 없는 처지였다.
대구에서 서울로, 다시 삿포로로 옮긴 이동 시간과 휴식일을 제외하면 실제로 호흡을 맞추며 훈련한 시간은 일주일 남짓한 셈이었다. 전원 소집 첫날 쌀쌀한 날씨의 인조잔디 대구구장에서는 배팅볼을 던져 줄 투수가 없어 기아 김성한 감독이 나서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반면 일본은 일찌감치 나가시마 요미우리 자이언츠 감독을 대표팀 감독으로 선입, 국민적 열기를 끌어올렸고 프로야구 양대 리그 올스타로 대표팀을 꾸려 과거와다른 모습을 보였다. 대만도 한달여전 대표팀을 구성, 호흡을 맞추며 훈련을 시작했고 대회 개막 닷새전부터 일본 후쿠오카로 건너가 돔 구장 적응에 나서며 일찌감치 한국 타도 준비를 시작했다.
●정보.분석력 허점...손발 안맞는 행정
처음부터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지만 삿포로에 도착, 훈련으로 호흡을 맞추며 사기가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대 전력 분석에 구멍이 났다.
첫 대결인 대만전에서 선발로 나올 것으로 예상했던 장치치아는 마무리로 나왔고 미국 뉴욕 양키스의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왕첸밍이 선발로 나올 줄은 예상도 못했다. 또 대만의 내야가 약하다고 섣불리 판단, 내야 수비 흔들기에 나섰지만 포수 예춘창의 숨은 실력에 도루를 시도한 3명의 주자가 횡사하는 등 전력 분석에 허점을 드러냈다.
결국 이같은 문제점은 대표팀 운영을 맡은 대한야구협회의 무능한 관리에서 비롯됐고 이를 방조하며 수수방관했던 한국프로야구위원회(KBO)의 무관심도 적지않은 책임이라는게 팬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야구협회는 대표팀 선발 일정을 짜면서도 KBO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지 않았는가 하면 역대 대만과의 국가 대표팀간 전적도 파악하지 못하는 등 무사안일한 운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
KBO 역시 프로선수가 대부분인 국가대표팀 훈련에서 대표팀 지원을 위한 구단간 협조를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연합)
사진: 7일 오후 일본 삿포로 돔야구장에서 열린 아시안컵야구 한국-일본전 4회말 1사1루 상황 타석에서 이승엽이 헛스윙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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