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몽골에서 꽃피운 '대구 인술'

파티마병원 의료팀, 다르항에서 봉사활동

"의사 선생님들, 내년에 꼭 다시 와주세요. 기다릴께요".

대구파티마병원 해외의료봉사단(단장 강동기)이 지난 달 29일부터 4일간 무료진료를 한 몽골 제2의 도시 다르항에는 '한류(韓流)열풍'이 고조됐다.

의료봉사단이 진료활동을 한 곳은 수도 울란바타르에서 북쪽으로 210여 km 떨어진 다르항의 한 진료소.

첫 날부터 진료소 문을 열기도 전에 이미 100여명의 주민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장사진을 이뤘다.

내과, 신경외과, 안과, 치과 등 4개과 의사들이 몽골인 통역사의 도움을 받으면서 진료를 했지만 언어와 문화의 차이로 애를 먹었다. 환자들은 신장, 췌장, 심장 등 특정 장기에 병이 있다고 왔으나 진찰 결과는 달랐다. 신장이 아프다는 환자의 대부분이 요통 환자일 정도로 자신의 병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몽골의 의료서비스 수준은 열악하기 그지 없었다. 400달러 안팎의 1인당 국민소득이 말해주듯 병이 있어도 정확한 진단이나 치료가 어려운 형편이다.

육류를 주식으로 하는 식습관으로 인해 고혈압과 비만이 심각할 정도였다. 수축기혈압이 심각한 고혈압 수준인 180mmHG 안팎인 사람들이 흔했다. 심지어 혈압이 너무 높아 자동혈압측정기가 고장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물이 부족해 양치질을 제대로 안한 탓인지 충치가 없는 환자가 드물었고 관절염, 간염, 안구건조증, 요통, 간질, 부인병 환자들이 많았다.

진료소는 야전병원을 방불케 했다.

사전 홍보가 없었는데도 소문을 듣고 울란바타르에 4시간이나 차를 타고 온 환자, 서너시간을 걸어서 온 환자들도 있었다. 심지어 현지 의사들까지 진료를 받기 위해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고, 다르항시청 공무원들이 단체 진료를 받기도 했다. 4일간 진료소를 찾은 환자는 무려 900여명에 이르렀다.

손가락이 부러져 깁스했다는 엘헴 바야르(25)씨는 "손가락이 부러지지 않았다며 깁스를 풀고 상처를 소독해 주며 소독약까지 줘서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밀려드는 환자들로 인해 의료진은 하루 8, 9시간 동안 화장실 한 번 제대로 가지 못할 정도로 '중노동'에 시달려야만 했다.

일손이 부족한 탓에 기자는 이틀 꼬박 약사의 '지시'에 따라 약을 조제하는 자원봉사(?)를 해야 했다.

의료진의 봉사활동을 지원하는 손길도 있었다. 울란바타르에서 거리의 청소년을 돌보고 있는 이시몬 신부가 진료소 설치, 궂은일 등을 도맡았고 교포 가톨릭 신자들이 피곤에 지친 의료진을 위해 기꺼이 취사당번을 해 줬다.

강동기 단장은 "환자가 많아서 의료진이 매일 파김치가 됐지만 한국 의사들을 믿고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어서 기뻤다"며 "앞으로 몽골인들에게 지속적인 의료 지원을 위한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의료봉사단은 준비해 간 의약품(1천여만원 상당) 중 남은 약품과 자동혈압측정기를 다르항시청과 현지 복지시설에 기증했다. 몽골 다르항에서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사진=대구파티마병원 해외의료봉사단이 4일간 몽골에서 환자들을 진료, 국경없는 이웃사랑을 꽃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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