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라크 파병, 뭐가 뭔지 모르겠다

이라크 파병과 관련한 정부의 입장이 오락가락하고 있어 통치기반 훼손과 국가적 신뢰상실이 우려된다. 이는 국익의 손실로도 연결될 수 있는 문제다.

현 상황을 요약하면 대내적으로는 정책 발표의 입이 정리되지 않아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혼선이 거듭되고 있고, 대외적으로는 미국과의 신뢰갈등을 일으켜 '국익의 극대화'가 달성될 수 있을지 계산이 안서는 마당이다.

지난 달 18일 정부는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이라크에 한국군을 추가 파병키로 확정하고, 20일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이를 통보했다.

당시 부시 대통령이 한국에 고마움을 표시한 것은 '폴란드 사단 규모의 전투병 조기 파병'을 전제로 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때까지의 파병 논의가 그 수준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파병 결단도 '국익을 위해' 그 전제에 공감한 것으로 이해된 게 사실이다. 그러나 한미정상회담 이후 청와대 참모진의 반발이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NSC 사무차장에 의해 파병규모는 5천~1만명에서 2천~3천명으로 줄어들었다.

파병군의 성격도 비전투병으로 선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진 미국과의 파병협의가 깨진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한미협의의 실패로 파병 성격과 규모를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오게 된 것도 이런 정황을 반영하는 것이다.

우리는 파병의 규모나 성격, 시기에 대해 특별한 전제를 걸고싶은 생각은 없다. 가급적 적은 수를 이라크 치안안정 이후에 파견했으면 하는 욕구를 갖게된다.

그러나 정부가 이런 파병전략을 가졌다면 미국에 파병 사실을 통보하기 전에 우리 입장을 명확히 해두었어야 했다. 상대방에게 잔뜩 기대를 하도록 만들어놓고 뒤늦게 이를 백지화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바람직한 외교전략이 아니다.

파병을 하고도 국익에 도움을 못 받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우리가 미국의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역지사지의 경우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정부는 현 상황을 지혜롭게 대처해 파병정책이 내외적 불신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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