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故 이회장 집무 건물 '보존' 목소리 높다

대구 칠성동 옛 제일모직터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의 역사(歷史)도 지역의 자산으로 활용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삼성그룹의 모태인 대구 인교동 삼성상회 터가 보존된 것처럼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의 집무실이 있던 제일모직 건물에 대한 보존 논의도 일고 있는 것.

특히 이웃 일본은 대형 공장 후적지 개발과정에서 기념관 보존을 기본으로 삼고 있어 이같은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구 칠성동 옛 제일모직터에는 고 이병철 회장의 집무실이 있던 2층 규모의 건물이 있다. 이 집무실은 고 이 회장이 1950년대 중반 몇 년간 사용했던 곳. 하지만 이 건물은 내년부터 본격화될 재개발 계획에 따라 헐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제일모직측이 이 부지 주변에 대형건물 등을 짓는 것을 골자로 하는 대규모 개발 계획을 갖고 있는 것.

지난 1997년 제일모직 구미 이전 이후 확정된 옛 제일모직터 지구단위 개발계획에 따르면 공장 후적지에 호텔과 패션몰, 업무시설 등이 들어오도록 돼 있다.

이와 관련, 대구 북구청은 역사적 가치가 있는 고 이 회장의 집무실은 부지 개발이 이뤄지더라도 가능한한 보존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현 위치가 아니더라도 부지내 조정을 통해 일정 면적을 확보, 보존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것.

김진걸 북구청 건축과장은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물 보존이 개발과정에서 군더더기로 보일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보존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며 "지역민들의 강한 여론이 있다면 행정기관에서 보존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도쿄의 경우, 지난 1994년 완공된 삿포로 맥주 공장 후적지 개발 과정에서 기념관 보존이 이뤄졌다는 것. 삿포로 맥주는 1887년 창업된 일본의 대표적 주류 회사로 '기업 역사도 보존 대상'이라는 여론에 따라 개발과 보존이 병행된 후적지 개발이 이뤄졌다.

이에 대해 제일모직 한 관계자는 "삼성상회 터가 이미 보존돼 있는데다 삼성물산과 제일제당에 이어 창업된 회사가 제일모직이라 고 이병철 회장님의 제일모직 집무실을 보존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집무실 집기는 이미 다른 곳으로 옮겨 보존된 상태며 이 문제를 너무 감상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기업 경영에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한편 삼성물산은 1996년 삼성그룹의 모태인 대구 인교동 삼성상회 터(50평 규모)를 보존, 각종 자료를 게시해두고 있다. 고 이병철 회장은 1938년 이 곳에서 떡방앗간으로 출발, 오늘의 삼성그룹을 일궜다고 삼성물산은 소개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사진:홈플러스 맞은편 이회장의 집무실이 있던 2층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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