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7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법 처리를 성사시키지 못한 것은 과반의석의 거대야당이면서도 여권에 끌려다니고 있는 한나라당의 현재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법은 여권이 조성한 대선자금 정국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나라당이 명운을 걸고 내놓은 카드다.
한나라당은 특검법에 모든 것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라당은 특검법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가능한 한 빨리 통과시킨다는 방침을 정했다. 그래서 법사위 통과후 바로 본회의에 상정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터졌다.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은 1일 후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는 국회법 조항을 몰랐기 때문이다.
문제의 관련조항은 국회법 93조에 포함된 "법안의 본회의 상정은 상임위 전체회의 후 1일 경과 이후"와 77조의 "20인 이상 찬성하면 상정할 수 있다"는 두가지.
특검법 처리에 반대하던 열린우리당은 93조를 근거로 이날 오전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특검법 상정의 위법성을 강조했고 한나라당 강경파 의원들은 77조를 들어 반박, 논란을 벌인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법리 해석에 대한 찬반 논쟁을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법조항의 해석을 두고 또다른 이견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나라당이 일 처리에 얼마나 허술한가를 잘 보여준 사례다.
원내 1당이 기본적인 국회법 조항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부끄러움을 넘어서 정국운영 능력과 나아가 수권능력에 심각한 의문을 던져주고 있다. 이같은 허술한 일 처리는 내부 분란을 낳았다.
국회법 조항에 걸려 특검법 처리가 무산되자 지도부간 맞고함이 오가고 의원들은 지도부에 막말을 쏟아냈다. 여권의 공세에 이렇다 할 방어책을 찾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이다.
특검법 상정이 무산되자 비상대책위 체제 출범 이후 중.대선거구제를 비롯해 사사건건 홍사덕 총무와 이견을 노출해왔던 이재오 사무총장이 분통을 터뜨렸다.
이 총장은 홍 총무에게 "야 3당이 힘을 모았으면 밀어붙여야 할 것 아니냐"며 삿대질을 했고 이에 홍 총무는 "아까 다 (사정)얘기 했잖아"라고 맞고함을 쳤다.
의원들의 불만이 사그라지지 않자 홍 총무는 소속 의원들에게 전윤철 감사원장 임명동의안 표결 중단을 지시하고 정의화 수석부총무를 박관용 의장에게 보내 정회 및 총무회담 개최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투표는 계속됐다.
이에 의원들 사이에서는 "투표를 하자는 것인지 말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지도부는 뭐 하는 거냐"며 성토가 이어졌다.
이방호 의원과 박승국 의원은 "총무가 국회법도 모르냐 똑똑히 좀 하라"고 면박을 줬고 안상수 의원은 "저게 총무냐 사쿠라지"라며 인신공격까지 했다.
한나라당은 10일 본회의를 열어 특검법을 다시 처리하기로 했으나 이날의 해프닝은 한나라당 지지자들마저 깊은 실망감을 갖기에 충분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이다.
정경훈.박상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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