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비바! 라이프-대구지역 방송리포터들

각종 정보 프로그램들이 넘쳐나는 요즘 싱그러운 미소와 맑은 목소리로 TV, 라디오에서 갖가지 소식을 전하는 전령사 '리포터'. 산이면 산 바다면 바다 그들의 발길이 닫지 않는 곳이 없고 만나지 않는 사람이 없다.

교양, 정보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각종 쇼프로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거의 모든 영역에서 소식을 전하고 볼거리를 제공한다.

얼핏 화려하게만 보이는 그들의 이면에는 어려움도 만만치 않다.

언제 그만둬야할지 모르는 불안정한 신분과 살아남기 위한 극도의 생존 경쟁, 그리고 5분간의 방송을 위해 며칠 밤을 지새워야하는 고통도 이겨내야 한다.

경력 3년의 대구 MBC 리포터 서혜진(27)씨. 그녀는 98년 미스코리아 대구 진 출신이다.

원래 교사를 꿈꿨지만 미스코리아 대회 참가 이후 아나운서나 리포터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서씨는 "리포터는 다른 직업보다 자유롭고 여가를 활용할 수 있는 반면 생활이 불규칙하다"면서 "아침 방송이 있는 날엔 새벽 4시에는 일어나야 하고 10분 방송을 위해 야외 촬영과 리허설 등으로 집에 며칠동안 못 들어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MBC '즐거운 토요일' 리포터 최의현(25)씨는 "틈나는 대로 리포팅을 연습하다보니 자연스레 혼잣말이 많아졌다"면서 "시내버스에서 중얼거리다가 사람들의 눈총을 받은 적도 있다"고 했다.

리포터들의 수입은 경력과 출연 프로그램의 횟수에 따라 달라진다.

경력이 오래되고 잘 나가는(?) 리포터의 경우 200만원 안팎. 대개 월 100만~150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린다.

리포터로서 TV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5, 6년. 결혼 후 출산을 하거나 30대에 접어들면 은퇴를 하는 경우가 많다.

리포터의 세계는 정글이다.

정규직이 아니라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많은 방송국을 떠돌아다녀야 하고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바로 짐을 싸야 한다.

개편 때마다 불안과 긴장에 사로잡히는 건 예사고 예민한 사람은 신경성 질환에 시달리기도 한다.

웬만한 경력의 소유자라도 실수담 한 둘 정도는 기본. KBS 리포터 노민(24)씨는 갯바위 낚시 취재차 찾아간 바위섬에서 배탈이 나는 바람에 바위틈에서 실례(?)하는 웃지 못할 경우도 있었다고. KBS 1TV '6시 내고향'의 최지혜(25)씨는 몸을 사정없이 던졌다.

놀이 공원에 가도 기구 하나 제대로 못타는 그녀가 번지점프를 했다.

허공으로 몸을 날리는 순간 떠오른 생각은 '내가 미쳤지'였단다.

몸이 둘이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이도 있다.

KBS 라디오 교통 리포터 강지영(25)씨는 매주 1, 2회 대구효목도서관을 찾는다.

강씨가 도서관에 가는 이유는 책을 만들기 위해서다.

강씨가 머무는 곳은 도서관 내 점자자료실. 강씨는 이곳에서 시각 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을 녹음한다.

강씨는 "직장에 다니면서 자원봉사를 하고 싶었다"며 "직업상 목소리를 이용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보니 녹음봉사에 생각이 미쳤다"고 했다.

라디오 리포터는 TV 리포터와 또 다르다.

직접 취재, 대본, 편집, 방송을 모두 해내야 하는 등 활동영역이 넓고 치밀함이 더욱 요구된다.

이와 달리 TV 리포터에게 가장 필요한 건 순발력과 연기력이다.

작가가 짜준 콘티라고 해도 실제 현장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 따라서 즉석에서 돌발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현장진행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KBS 교통방송을 진행하는 강지영 리포터는 "교통 정체 상황은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즉석에서 멘트를 바꾸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80여개에 달하는 교통정보 모니터들이 한 눈에 들어올 정도는 돼야한다"고 말했다.

리포터가 되려면 먼저 '방송'을 알아야 한다.

대부분의 리포터들은 학창 시절 방송반 활동을 하거나 방송아카데미를 거치는 등 리포터에 입문하기 전 이미 방송에 익숙해 있다.

방송아카데미 과정을 이수하면 방송 시스템에 대해 미리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방송국 공채 시험에서 여러모로 유리하다.

MBC 방송 아카데미는 방송국의 부설기관이라는 점을 활용해 현장과 실무 중심의 교육을 실시한다.

KBS와 서강대 언론대학원이 공동 운영 중인 서강 방송아카데미는 현장과 다름없는 시설에서 현장 감각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 특색. 자사에 가장 많은 인력을 공급하고 있는 SBS 방송 아카데미는 현장 실습이 많다.

특히 시트콤 작가 과정을 따로 둔 것이 눈에 띈다.

연세 영상제작센터는 실제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이론 강의와 현업 종사자들의 실무 강의가 함께 이뤄지는 것이 장점.

여기에 거부감을 주지 않는 표정과 발음, 워킹 등도 연습해야 한다.

또 '끼'는 좋은 무기다.

'끼'는 일에 있어 최선을 다하고 동료들의 일을 나의 일처럼 도와주며 책임의식을 갖고 아무리 힘들어도 즐겁게 방송일을 할 수 있는 기본 자세를 말한다.

사람들을 대할 때 낯을 가리거나 먼저 주눅드는 일은 절대 금물. 또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출연자들 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제작 스태프들과도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원만한 성격을 유지해야 한다.

현직 리포터들은 많은 사람들이 방송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리포터에 입문하지만 실제는 험난하다고 입을 모은다.

처음에는 자질구레한 일을 많이 하기 때문에 지레 포기하거나 자기 실력을 보여주지도 못한 채 중도 하차하는 경우가 다반사. TBC '즐거운 토요일'의 김은영(25)씨는 "겉모습에 반했거나 쉽다고 생각한다면 일찌감치 그만두는 것이 낫다"면서 "리포터가 보여주는 부분은 작지만 작은 부분 뒤에 숨어 있는 노력이 더욱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사진:TV리포터들이 방송 시작 전 막바지 연습을 하고 있다. 오른쪽이 미스코리아 출신 서혜진씨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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