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신보수' 진로 설정을"

언제부터인가 대구.경북지역 사람들에게는 보수적, 수구적이란 수식어가 따라 다니고 있다.

정치.경제적으로 지역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는데 대한 시.도민들의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시대에 과연 보수.수구가 뜻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아가 지역의 정체성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고, 지역 혁신.발전을 위해 우리는 뭘 해야할까.

지역의 과거.현재를 진단하고 미래의 좌표를 찾는 토론회가 열려 관심을 끌었다.

2.28대구민주운동기념사업회(공동의장 이완식)는 10일 오후 대구은행 본점 강당에서 '대구.경북지역의 수구논쟁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먼저 '대구정치의 발전방향'을 주제로 기조강연한 정정길 울산대 총장은 대구.경북은 현재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정치적 패배의식과 냉소주의, 두 차례 지하철 사고로 인한 정신적 충격, 활로를 찾기 어려운 경제상황과 청년실업 증가, 발전에 대한 희망보다 과거지향적 냉소주의와 패배의식 만연 등으로 심각한 위기상황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총장은 "시민들의 정치의식개혁이 매우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정치인을 포함한 지역 엘리트들이 과거를 과감하게 떨쳐버리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편견과 아집을 버리고 대의를 위해 활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김석수 경북대 철학과 교수는 "이제 대구.경북은 과거의 영광을 꿈꾸면서 향수병에 매몰돼 있지 말고 미래를 향해 새롭게 일어서는 혁신의 길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역 정치권 및 행정.언론의 개혁, 교육의 선진화와 더불어 '서울공화국'을 견제할 수 있는 지역들 사이의 연대 모색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일수 영남대 역사학과 교수는 "국가권력의 점진적 후퇴, 지방분권에 의한 지방자치의 실현을 통해 수구적 성향을 청산할 수 있다"며 "지속적인 양질의 변화를 통해서만 수구의 청산이 가능한 만큼 과거 우리의 정치의식과 관행을 반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희곤 안동대 사학과 교수는 진보를 '선' '정의'로, 보수를 '악' '불의'로 구분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논리라고 꼬집었다.

그는 "진보나 보수에는 모두 긍정과 부정의 양면성이 들어 있다"며 "대구.경북지역이 다른 지역보다 보수성이 강한 것은 사실이나 이것은 발전의 한 유형이자 인문지리환경의 소산물"이라고 했다.

이어 "진보.보수는 발전의 논리 가운데 하나일 뿐이므로 유아독존적인 존재가 아님을 깨달아야 하고, 공존.공영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영환 한국사회과학연구원장은 수구세력과 중도 보수세력을 혼동해선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수구세력은 과거의 잘못된 권력에 영합, 현재의 기득권을 지키고자 하는 세력인 반면 중도 보수세력은 이념적으로 민주주의체제와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갖는 모순을 점진적으로 고쳐나가려는 세력"이라고 규정했다.

이홍우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진보와 경쟁할 수 있는 신보수로서의 진로를 설정, 국가 안정의 튼튼한 양대 지주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홍덕률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역 정치권과 언론의 변화와 함께 대학들을 개혁해 지역사회의 혁신을 견인해 내는 '혁신 전도사' 역할을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며 "또 지역사회의 혁신을 주동하는 시민운동 활성화, 개혁 역량들에 대한 네트워킹 작업, 혁신과 진보의 전통을 복원하고 그 정신을 되살려내는 일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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