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야금 명인 황병기

황병기(67), 그에게 붙여진 '가야금의 명인'이란 칭호는 괜한 것이 아니었다.

도올 김용옥이 "이 땅에서 내가 가장 존경하는 예술가"로 추켜 세운 황병기가 7일 대구에서 공연을 가졌다.

170석 규모의 소공연장인 아트홀 하모니아 무대에 '해설이 있는 음악회'를 가진 그와 청중은 2시간 동안 즐거운 '음악 대화'를 나눴다.

황병기는 "작은 연주홀이라서 더욱 좋다.

대구의 음악애호가들을 만나서 내 음악을 들려주고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냉큼 달려왔다"고 말했다.

황병기의 대구 공연은 지난 1996년 대구문예회관 공연 이후 이번이 2번째. 이날 그는 자신의 대표적 창작곡이자 걸작인 '숲' '침향무' '비단길'을 연주했다.

생활 주변의 정서를 표현한 초창기 음악(숲)에서부터 신라인들의 예술혼(침향무), 무한 순환이라는 동양적 사유(비단길) 등을 담은 이 곡들을 쓴 동기와 연주 기법에 대한 해설을 곁들였다.

"가야금에 쓰는 나무로는 바위 틈에서 뿌리내리고 자라났다가 말라죽은 오동나무가 최고지요. 역시 고생하며 자라야 재목이 된다는 것은 나무나 사람이나 매 한가지인가 봅니다" "소리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집니다.

음악처럼 허무한 예술은 없습니다.

그러나 사라지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나도 언젠가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그래서 이 순간이 중요하지요".

청중들은 노예술가가 들려주는 가야금 이야기와 음악적 실험, 인생관 등을 숨죽여 경청했고 그의 유머 넘친 화법에 박장대소했다.

공연 전 기자가 인터뷰를 통해 "왜 가야금을 하게 됐냐"고 묻자 황병기는 "어떤 목적이나 야망이 없이 오로지 가야금이 좋았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남들이 나더러 명인이니 대가니 하고 부르는데 그건 나하고 아무 상관없는 일이다.

원래부터 계획 자체를 싫어하며 가야금을 타는 것 말고는 앞으로도 아무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황병기는 중학교 3학년 때 가야금을 배우기 시작해 서울대 법대 3학년이던 1957년 KBS주최 전국국악콩쿠르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국악계에 데뷔했다.

창작국악의 지평을 연 그는 이화여대 한국음악과 교수를 지냈으며 올해 대한민국 은관 문화훈장을 받았고, 방일영 국악상 제10회 수상자로 선정(11월말 시상 예정)됐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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