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하계U대회가 열리고 대구오페라하우스가 문을 연 2003년 8월은 대구 문화예술사의 기념비적인 달로 기록될 것이다.
질 높은 문화행사에 대한 대구시민들의 갈증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대구에도 문화사업을 전담하는 문화재단과 같은 민간기구의 설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역별로 문화재단은 운영 방식과 사업 분야가 조금씩 다르지만 △지방자치단체가 개최하는 각종 문화예술 행사 위탁 대행 △지자체 소유 공연.전시관 위탁 경영 △자체 문화사업 기획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
◇문화재단 필요한가 =다른 도시와 사정이 비슷하겠지만 대구에서도 문화.예술 정책은 관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대구시는 대구문예회관을 비롯해 대구오페라하우스 등 각종 문화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고 시립예술단을 운영하고 있으며 '돈 줄'(문예진흥기금 및 예산 지원)까지 쥐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문제는 공무원의 경우 순환 보직에 따라 전문성이 축적되기 힘들어 중장기 문화 발전을 위한 정책을 세우기보다 이벤트성 문화예술 행사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같은 지적에 따라 다른 도시에서는 지자체가 기금을 조성해 문화재단을 설립하는 바람이 불고 있다.
지역문화재단은 지자체의 문화 관련 부서가 담당해 온 문화사업을 더 전문적이고 장기적인 안목 아래 추진한다는 취지에 따라 설립돼 운영되고 있다.
지자체가 출연해 설립한 문화재단으로는 경기문화재단, 제주문화예술재단, 부천문화재단, 강릉문화예술진흥재단,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등 6곳이 있으며 서울.부산도 문화재단 설립을 서두르고 있다.
◇대구문화재단 설립 계획은 잠수중=대구시도 이미 지난 2000년 대구시문화예술진흥재단(가칭)을 설립하기로 하고 1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었다.
당시 계획안에 따르면 대구시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영리 재단법인을 설립하고 민간인 문화행사 전문가 중심으로 조직을 구성, 위원장의 지시를 받은 예술총감독이 업무를 총괄하는 것으로 돼 있다.
운영 경비는 시비와 수탁행사 경비 일부(10%)로 충당하고 기본자산을 연차적으로 확보해 자생력을 높인다는 것.
그러나 대구시의 이같은 계획은 예산안이 대구시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무산됐고, 지하철 부채 상환 때문에 시 재정이 더 악화되면서 지금껏 수면 아래로 잠복된 상태. 금리가 5%대 밑으로 떨어지면서 웬만큼 큰 돈을 출연하지 않고서는 문화재단 인건비 대기도 버거울 뿐, 제대로 된 사업을 벌이기 힘들 것이라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문화재단 설립을 가로막고 있다.
김상훈 대구시 문화예술과장은 "100억~200억원 정도의 기금을 조성해 문화재단을 만들면 지역 문화 발전에 큰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지적이 있지만 지금의 금리 수준으로 볼 때 이는 막연한 기대일 뿐"이라며 "문화재단을 설립할 필요성은 있지만 시의 재정 형편상 현재로서는 이행하기 어려운 과제"라고 말했다.
◇설립되더라도 운용의 묘 살려야=재정적 여건만 된다면 문화재단을 설립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시와 지역 문화계는 현재 대구시 살림을 옥죄고 있는 지하철건설 부채의 탕감에 기대를 걸고 있다.
홍종흠 대구문화예술회관장은 "문화예술계가 시 예산 지원에만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장기적으로는 문화재단 형태의 민간기구가 생겨야 한다"면서 "그러나 문화재단은 경영수지를 따지지 않을 수 없어 흥행에 집착하게 되고 이에 따라 순수 예술이 위축될 수도 있는 만큼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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