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유명 아티스트를 마중하다가 최근 개관한 대구오페라하우스 옆을 지나게 되었다.
그에게 "이곳이 대구문화의 상징인 오페라하우스"라고 소개했다.
좀 과장되고 거창하게 "세계적 수준의 공연장"이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자랑하고픈 마음에 차를 세우고, 건물 유리벽을 통해 건물 안과 주변을 이리저리 함께 둘러보았다.
그런데 그의 표정은 그저 담담할 뿐이었다.
내가 먼저 어떻게 봤냐고 묻자 그는 "네, 좋군요"라고 짤막히 대답했다.
특별히 그로부터 듣고 싶은 말은 없었지만 조금은 섭섭했다.
괜히 대구오페라하우스를 보여줬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한국최고의 기업이 500억원이나 되는 엄청난 돈을 들여 지어준 대구오페라하우스가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시선을 끌지 못한다는 사실에 자괴감마저 들었다.
삼성은 기업 이미지를 생각하고 제2의 문화도시로서의 대구 자존심을 깊이 생각했다면 성의있는 선물을 했어야 했다
"동사무소 건물보다 못하다"는 비하 섞인 말까지 나올 정도이니 삼성의 명성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됐다.
고속철이 개통되면 서울과 부산에서도 많은 관객들이 몰려올 텐데 그들의 눈에 비쳐질 대구문화의 자존심, 오페라하우스는 그렇고 그런 건물로만 비쳐질 것이 뻔하다.
대구엔 대구를 상징할만한 문화공간이 없다.
그래서 문화적 자존심도 없고 큰 소리 한번 치지도 못한다.
지금도 이곳저곳 공연장들이 경쟁하듯 지어지고 있지만 쓸만한 공연장은 어디에도 없는 듯하다
이 공연장 역시 단지 건물만 중요시될 뿐이지 누가 이용할 것인가 하는 점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대구 문화수준을 감안할 때 대형 공연장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지만, 그릇의 크기 만큼 물은 담기게 마련 아닌가?
얼마 전 막을 내린 대구오페라축제에 대한 관심과 문화적 갈증을 풀기 위해 몰려든 시민들의 정서를 함께 느꼈다면 '귀찮게 우는 애 사탕 던져주듯' 공연장을 기증한 삼성은 시민들에게 고마움을 바라기에 앞서 반성부터 해야 할 것 같다.
삼성과 대구시는 대구오페라하우스를 헐고 새로 짓는다는 각오로 대구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상징적인 문화공간 건립에 나서기를 소망해 본다.
김종원(문화사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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