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음하는 대구 인근도시(1)-밀려드는 음식쓰레기 처리장

대구엔 땅이 부족하다.

사람들도 많다.

냄새나고 시끄러운 혐오시설을 설치하려면 힘겹다.

그래서 땅값 싸고 민원 발생소지가 적은 경북, 특히 교통이 편리한 인근 시군으로의 이동이 빨라지고 있다.

특히 음식물쓰레기 처리장의 경우 대구시 배출량의 상당 부분을 인근 시군지역 업체에서 처리하고 있다.

문제는 악취. 주민들은 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심각한 냄새에 시달리고, 외지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다보니 식당 한 곳조차 제대로 버티기 힘들 정도다.

차마 고향을 등질 수 없어 참으며 살고 있다.

경산시의 경우 음식물쓰레기 중간처리업체 4곳 중 경산지역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는 그린환경을 제외한 나머지 3개 업체가 대구지역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한다.

남산면 하도리 남성현재 부근에는 지난 2000년 2월과 2002년 9월 허가를 받은 ㅅ기업과 ㄷ환경이 대구시 동구 등지에서 배출되는 음식물쓰레기 5~15t 정도를 처리한다.

업체 인근 주민들은 "역겨운 냄새 때문에 견디기 힘들다"고 호소한다.

인근 한 식당 주인(48)은 "낮시간은 물론이고 바람이 산 정상에서 골 아래로 부는 아침.저녁시간대에는 특히 악취가 심하다"며 "관광객들이 음식을 먹기 위해 식당에 들렀다가도 고약한 냄새가 난다며 그냥 갈 때가 많다"고 했다.

버섯농장을 하는 이화의(69)씨는 "작년에 음식물쓰레기 처리업체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냄새 때문에 기형 버섯이 발생하거나 모두 죽어 3천여만원의 손해를 입었다"며 "이런 일이 재발하면 손해배상을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지만 해결될 기미가 없다"고 말했다.

경산~청도간 국도변 한 주유소의 종업원 배정훈(40)씨는 "많은 운전자들이 남성현재 부근에만 오면 악취로 차 문을 못연다고 불평을 쏟아놓는다"며 "지나가는데도 이렇게 불편한데 이곳에 사는 사람은 어떻겠느냐"고 되물었다.

ㅅ기업은 지난 2000년 2월 가동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8차례 악취와 부적정 처리 등으로 행정처분을 받았고, 지난 6월에는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ㅅ기업 관계자는 "대구에선 주민 민원이 드세고 땅값도 비싸서 쓰레기중간처리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시군으로 줄지어 옮기고 있다"며 "현재 악취를 없앨 수 있는 획기적인 대책은 없지만 악취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처리시설의 현대화 및 적정량 처리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도리 주민들은 "대구지역 음식물쓰레기를 왜 거리가 먼 우리 동네까지 와서 처리하고, 참지못할 악취까지 뿜어대는지 모르겠다"며 "냄새로 인해 생활을 못하는 고통도 심하지만, 외지 사람들이 이곳 마을을 보는 시선이나 장기적인 발전 측면에서 손해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고령군의 경우 대구시내 음식물류 폐기물을 주로 처리하는 처리시설이 1999년, 2000년, 2002년 각각 1곳씩 들어섰다.

ㅊ(주)사는 2000년 3월 고령읍 장기리에 설치하려다 주민 반발로 결국 포기했으며, ㅇ산업은 2000년 7월 다산면 벌지리에 설치하려다 역시 주민 반발로 무산된 뒤 작년 8월 다산면 송곡리로 옮겨 현재 영업을 하고 있다.

또 영천에도 대구의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는 3개 업체가 가동 중이다.

시내 오미동에 있는 업체는 대구시 북구와 영천시내 일부를 처리하고, 대창면에 있는 2개 업체는 대구 수성구의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한다.

3개 업체가 하루 처리하는 대구시내 음식물쓰레기는 무려 110t 이상. 이들 업체들은 외곽지에 위치해 아직 집단민원은 없지만 인근 주민들과는 악취문제로 꾸준히 마찰을 빚고 있다.

경산시청 김문호 청소담당은 "2005년부터 음식물쓰레기 매립 금지가 되면 대구지역에서는 현재 영업 중인 경북지역의 중간처리업체에 위탁처리할 가능성이 높다"며 "기존 중간처리업체의 처리 물량이 늘어날 것이고, 인근 주민들의 반발과 민원 발생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인탁.김진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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