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후 6시 경산문화원에선 '작은 잔치'가 벌어졌다.
경산지역 야학(夜學) '우리학교'(교장 최승호)의 개교12주년 기념 제11회 풀꽃제. 12세 어린이와 60대 후반 할머니가 함께 어울린 축제는 화려하거나 세련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서툴고 어색한 몸짓이 자주 눈에 띄었다.
하지만 여느 정규학교 문예제보다 감동은 깊었다
'동감(同感)'이라는 주제로 연 풀꽃제는 때는 놓쳤지만 배움을 포기하지 않은 학생들과 학점은 포기했지만 인간다운 삶을 포기하지 않은 대학생 교사들이 함께 만든 축제였다.
대학생 교사 이희정(21.여.대구대 물리교육학과2년)씨는 "새날반(초등과정).누리반(중등).하늘반(고등) 학생 36명과 17명의 교사들이 모두 참여해 축제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날 2부 행사가 시작되자 축제의 열기가 고조됐다.
'공예반'이 퍼포먼스를 벌인데 이어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풍물반' 아주머니들이 '제비 몰러 나온다' 등의 민요를 불렀다.
통일예술단의 '여성이 꽃이라네'의 춤공연이 펼쳐지자 분위기가 서서히 달아올랐다.
김인화(12.누리반) 학생과 우리학교 출신인 최연소 교사 윤동희(20.대구대 경영학과1년)씨의 피아노 공연, 이정은 교사와 하늘반 정재형 학생의 노래 등 사제간 무대도 마련됐다.
이어 교사 7명과 학생 8명이 한 아주머니가 야학을 통해 배움의 즐거움을 깨닫는 과정을 그린 연극 '우리학당'을 공연하자 박수가 쏟아졌다.
하늘반 고미애(52.여.경산 정평동)씨는 "한 달 전부터 학생과 교사들이 한마음이 돼 열심히 연습을 했다"면서 "연습 장소가 비좁고 나이가 든 탓에 대사를 자주 잊어버려 어려웠다"고 했다.
같은 반 박경배(45.여.경산 백천동)씨는 "처음에는 수업시간을 줄이면서까지 풀꽃제 연습을 하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며 "그러나 열심히 연습한 작품을 많은 분들에게 발표하고 보니 기쁘고 보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꿈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이 마련한 가을밤의 '작은 축제'가 준 감동의 여운은 쉬 잊혀지지 않았다.
경산.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