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한 외국인노동자의 합법화 신고 기간이 지난달 말로 끝난 데 이어 정부가 16일부터 불법 체류자의 강제 추방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추방 대상 외국인과 이들을 고용한 업주, 정부간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만 1만여명을 넘어서는 추방 대상 불법체류자들은 단속을 피해 숨을 곳을 찾아 떠돌고 있으며 이들을 고용한 영세 업체들은 '폐업' 를 우려하며 정부 방침에 노골적인 반대를 표시하고 있다.
▨숨바꼭질
불법체류 4년차인 중국인 안모(27)씨는 요즘 숨을 곳을 찾고 있다.
체류기간이 4년 미만이어서 노동청에 불법체류 외국인 구제 등록은 했지만 출국은 하지 않을 작정이기 때문. 그는 "중국으로 돌아가면 불법체류로 벌금을 물어야 하고 한국으로의 재출국도 허용 안된다는 말을 친구에게서 들었다"며 "돌아가서 못들어오나 잡혀서 추방당하나 마찬가지 아니냐"고 말했다.
산업연수생으로 올 2월에 입국한 필리핀 근로자 알란(25)씨도 단속이 힘든 경북 오지의 공장을 찾아 떠나기로 했다.
알란씨는 "광주에서 일하다 너무 힘들어 7월에 대구로 왔는데 3월 31일 이전 불법체류자만 구제대상으로 인정돼 추방당할 수 밖에 없다"며 "동포를 통해 소개받은 경북의 공장에서 숨어지낼 계획"이라고 했다.
정부가 고용허가제 정착을 위해 이번만은 그냥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를 밝히고 있지만 대다수 불법체류자들은 이처럼 정보를 교환하며 단속망을 피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한두달 정도만 몸을 숨기면 다시 일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때문이다.
대구지방노동청에 따르면 입국 체류 확인 신청을 한 4년 미만 외국인근로자는 대상자 6천615명 중 82%인 5천373명. 미등록 불법체류자와 4년 이상의 출국 대상 외국인을 합치면 추방 대상자는 1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전국적으론 1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예견된 부작용
성서공단에 있는 한 자동차부품 공장은 최근 회의를 갖고 사내의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를 그대로 고용키로 했다.
업체 관계자는 "말 안통해 1년동안 애먹고 2, 3년 동안 고생해 숙련공으로 만들어 놓았다"며 "이들이 없어 공장 못 돌려 문닫으나 벌금 맞아 문닫으나 망하는 건 마찬가지"라고 했다.
불법체류자들을 고용해온 영세업체들은 폐업 공포에 떨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하나둘 공장을 떠나고 있는데다 나머지도 집중 단속기간에 맞춰 대거 이탈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 성서공단 노조 이주노동자사업부 김헌주 부장은 "불법체류 노동자들이 빠져 나가면서 공장 문을 닫아야 하는 업체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며 "불법체류자들을 해고한 업체들은 인력을 충원못해 애를 먹고 있다"고 했다.
▨강력 단속(?) 보다 대책을
정부는 오는 16일부터 법무부, 노동부, 경찰청 등과 합동으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 적발 즉시 강제추방하고 고용주도 사법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대구지방노동청 한 관계자는 "15일까지 불법체류 외국인근로자들에 대한 본격적인 취업 알선을 실시한뒤 강력 단속에 나설 것"이라며 "불법체류자 채용 업체 현황 등을 파악한 뒤 불시 단속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단속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노동청 등에서 동원 가능한 단속인원이 많지 않은 데다 경찰도 아직 단속에 대한 구체적인 방침이 없는 상태다.
외국인근로자 관련 단체들은 "정부가 한 달 동안 단속할 수 있는 인원은 수용능력 등을 감안할 때 1천여명으로 10만명을 단속하려면 10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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