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은 11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를 갖고 사실상 여당으로 공식 출범했다. 소속 의원 47명의 왜소한 정당으로서 스스로 천명한대로 정치 개혁, 정당 개혁을 이루고 국정을 안정적으로 떠받쳐야 하는 과제를 동시에 안았다. 난제를 안고 출발하는 험로인 셈이다.
▲차별화 전략 성공할까=우리당 김진애 중앙위원은 "우리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며 "앞이 보이지 않는 만큼 두려움도 없지 않으나 미래에 대한 기대에 따른 설렘도 함께 갖고 있다"고 했다. 새로운 정치, 잘사는 나라, 따뜻한 사회, 한반도 평화를 4대 강령으로 채택해 출발했으나 여당으로서 안착할지 정치실험에 그칠지는 미지수다.
우리당의 전략은 차별화다. 원내정당화와 정치자금 투명화, 상향식 의사결정, 양성평등 실천이 핵심이다.
당의장과 원내대표의 투톱체제는 이미 선보였다. 당 대표가 아닌 김근태 원내대표가 원내총무 대화에도 임하고 대표연설도 했다. 당 살림과 조직, 홍보 등은 의장이, 대회협상과 정책수립 등 원내활동은 원내대표가 맡아 '선택과 집중'에 따른 전문화를 꾀하고 있다.
정치자금의 투명화는 3개월 마다 외부 회계감사를 받아 인터넷을 통해 예-결산 상황을 일반에 공개키로 했다. 창당자금도 종전처럼 제왕적 보스가 마련한 거액이 아니라 소속 의원이 갹출하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이해찬 창당기획단장은 "소속 의원이 돈을 모아 창당한 것은 우리 역사상 처음"이라며 "우리당은 이미 기성 정당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국회의원 등 모든 공직후보와, 의장, 중앙위원, 중앙상임위원 등 당 지도부 전원을 당원 직선으로 선출하는 것도 첫 시도다. 제 세력이 모인 정당의 경우 계파간 나눠먹기가 관행이었으나 당원의 손에 모두 맡긴 것이다.
양성평등의 추구도 주요 차별화 전략. 전국구 의석수를 남녀 균등하게 배분하고 당의장에 여성 1인을 내세우는 등 거의 모든 분과위 및 특위 위원장을 남녀 복수로 임명했다.
▲과제와 전망=박상천 민주당 대표는 열린우리당의 미래에 대해 "내년 총선이 끝나면 흔적도 없이 스러질 것"이라고 했다. 우리당 이평수 공보실장도 "지금으로서는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불가측성을 인정한뒤 향후 운명에 대해 "앞으로 하기 나름"이라고 강조했다. 기성 정당과 어떻게 차별화해 국민의 신뢰를 얻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우리당이 내세운 가장 큰 화두는 고질적인 지역분할 구도 타파와 '검은 돈'으로부터의 탈피다.
지역분할 구도를 벗어난 전국정당화의 긍정적 조짐은 지난 지방선거 재보선에서 이미 확인했다는 게 우리당측의 주장이다. 대구, 경남, 광주 선거의 승리는 작지만 큰 변화의 서막이란 얘기다.
우리당은 비록 지난 지방선거에서 자민련에 졌지만 충청권을 가장 든든한 기반으로 여기고 있다. 행정수도이전 추진에 따른 영향으로 충청권의 지지율이 가장 높을 뿐 아니라 소속 의원도 민주당은 한명도 없는 반면 우리당은 6명이나 된다는 게 근거다. 그래서 지난 지방선거에서 영호남 승리에 환호하면서도 충청권에서 자민련에 패퇴한 것에 충격을 받는 모습을 노출하기도 했다.
우리당은 호남에서도 선전을 기대하고 있다. 호남이 민주당 텃밭이지만 승부를 반반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영남에서의 기대는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영남 인사들은 "지방선거에서 보인 조짐이 절대 우연이 아니다"며 "지역구도 타파는 영남이 이뤄낼 것"이라고 주장한다. 구미을에서 총선에 출마할 예정인 추병직 중앙위원은 "우리당에 크게 우호적인 것은 아니지만 극심한 반감은 사라지고 있다"며 "인물만 제대로 내세우면 희망이 없지않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당이 꾸는 지역구도 타파 등 '꿈'이 한낱 백일몽에 그칠지 현실로 나타날지는 전적으로 국민의 손에 달린 것으로 지금으로서 예단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사진:11일 오전 열린우리당 김근태 원내대표와 정세균 정책위의장이 국회에서 열린 예결위대책회의에 참석 심각한 표정으로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김영욱기자 mirag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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