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우리 고궁 알기

우리나라 산줄기는 대간 1개와 정간 1개, 정맥 13개로 구분된다.

서울은 그 가운데 한북정맥과 한남정맥이 가까이 마주 보는 사이, 한반도의 배꼽에 해당하는 요처에 있다.

풍수지리에서는 도읍이나 마을의 터를 잡을 때 외사산과 내사산, 내수와 외수를 본다.

서울의 외사산은 북동서남으로 북한산, 관악산, 용마산, 덕양산이 되고, 내사산은 백악과 응봉, 타락산, 인왕산, 목멱산이 된다.

요즘 복원공사가 한창인 청계천은 서울의 내수(內水)에 해당되고, 외수는 곧 한강이다.

▲서울의 다른 이름 한양(漢陽)은 북한산의 남쪽 기슭, 한강의 북쪽이라는 뜻이다.

그 터 북편에 들어선 것이 조선 궁궐들이다.

조선시대의 대부분 왕조는 법궁(法宮)과 이궁(離宮) 양궐체제를 유지했다.

법궁은 왕의 공식 활동공간을 말하고, 이궁은 수개월 정도의 임시거처를 이른다.

조선왕조 최초의 법궁은 경복궁이며, 이궁은 창덕궁이다.

▲경복궁의 정전인 근정전이 46개월의 보수작업 끝에 새 모습을 드러냈다.

대원군의 경복궁 중건 이후 130여년만의 일이다.

98년 긴급 안전진단 결과 건물을 받치는 고주들이 부러지거나 금이 간데 따른 보수였다.

문화재청은 14일 오후 근정전 앞뜰에서 보수준공식을 갖고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 작업은 지난 YS정권 때의 구 중앙청 철거에 이은 두 번째의 대형 궁궐사업이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우리가 후손들에게 제대로 된 조선궁궐 문화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본격적인 복원사업에 나서야 한다.

▲서울의 5대 고궁 중 경희궁, 경운궁(덕수궁)은 원형이 거의 없어졌고, 창경궁은 겨우 옛 모습을 더듬을 수 있을 뿐이다.

원형을 가장 잘보존하고 있다는 창덕궁도 변형과 훼손이 심해 실제 모습의 절반도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일제 통치기간 왕과 왕비의 거소를 재건하면서 경복궁 건물을 뜯어와 심는 바람에 건축의 균형을 망쳐놓았다.

궁궐 입구의 금천에는 물이 흐르지 않고, 춘향전에 나오는 영화당 앞뜰과 연못도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경복궁 또한 마찬가지다.

근정전과 경회루를 제외한 그 많은 전각들이 자취를 감춰 이곳이 조선의 법궁인가 하는 의아심을 갖게 한다.

명성황후를 시해한 역사의 현장 등도 빈땅으로 버려져 있을 뿐이다.

일제의 비뚤어지고 뒤틀린 문화침략의 결과다.

우리 역시 그런 문화적 야만성을 답습하고 있다.

국가를 대표하는 문화기관인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이 경복궁의 한 자리를 차지해 스스로의 문화를 왜곡하고 있다.

문화의 세계화, 관광의 세계화를 내세우기에 앞서 이런 부끄러운 문화재 관리를 시정하는 것이 후손들의 마땅한 도리일 것이다.

박진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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