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 기자의 영화보기-굿바이 레닌

▨굿바이 레닌

'엄마!' 만큼 감동적인 단어가 있을까. 강철같은 병사도 엄마 앞에서는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린다.

독일영화 '굿바이 레닌'(14일 개봉예정)은 병든 엄마를 위한 아들의 정이 코끝이 찡할 정도로 감동적인 휴먼 코미디영화다.

알렉스(다니엘 브릴)는 동독의 신세대 청년. 초등학교 교사인 엄마 크리스티아네(카트린 사스)는 열혈 공산당원이다.

아들이 베를린 장벽 철폐 시위에 참가한 것을 본 엄마는 심장마비로 쓰러진다.

혼수상태에 빠졌던 엄마는 8개월 뒤 의식을 찾는다.

그 사이 동독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엄마에게 필요한 것은 절대적인 안정. 철석같이 믿던 사회주의가 무너진 것을 알면 쇼크를 받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알렉스는 엄마를 위해 동독이 아직 건재하다는 '하얀 거짓말'을 시작한다.

'굿바이 레닌'은 독일 통일의 이면을 색다르게 접근한 영화다.

이데올로기의 대결이 아닌 그 속에 녹아 있는 사람들에게 포커스를 맞췄다.

독일 통일이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사건이지만, 한편으로 동독의 향수에 빠진 사람들도 있다.

그것은 사회주의에 대한 그리움이 아니라, 그 시절에 대한 향수다.

영화는 경직된 이념이나, 눈물겨운 감상주의가 아닌 유머로 그 향수를 풀어낸다.

엄마의 방을 예전처럼 꾸미고, 쓰레기통을 뒤져 동독 식품 포장을 주워와 내용물을 채우는 알렉스의 노력이 웃음을 자아낸다.

엄마의 제자들에게 돈을 줘 동독 노래를 부르게 하고, 옛날 동독 TV프로그램을 구해와 틀어준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동독의 사회주의가 구현된 가짜 뉴스까지 제작하기에 이른다.

주인공의 '하얀 거짓말'은 아들을 위해 유태인 수용소를 게임으로 속이는 '인생은 아름다워'를 연상시킨다.

'굿바이 레닌'은 가족애를 바탕에 깔고, 알렉스의 성장 영화같은 요소에 사회성까지 담은 잘 짜여진 코믹 드라마다.

지난 2월 독일에서 개봉해 5주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625만명이 관람해 역대 흥행 순위 2위.

감독은 서독출신의 볼프강 베커(49). 동독에 대한 향수도 없고, 이념에 대한 철저함도 없는 이다.

그가 이야기하는 것은 잊어버린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다.

엄마는 아들이 만들어낸 가짜 뉴스를 보면서 흐뭇해한다.

그리고 며칠 뒤 세상을 떠난다.

그러나 엄마는 눈치채고 있었다.

혼자 걸을 수 있게 된 날. 베를린 거리에 나갔다가 헬기에 묶여 어디론가 사라지는 레닌의 동상을 본다.

한 손을 내 밀고 웃고 있는 레닌의 동상. 긴 여운을 남기며 관객들의 마음 속까지 '짜~'하게 만든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