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65년 무사고·무스티커 운전한 할아버지

"일제시대인 1938년 면허증을 발급받고 운전대를 잡은이래 65년이 지난 지금까지 교통사고 한번, 그 흔한 불법주차 스티커 한번 발급받은 적이 없습니다".

평생을 자동차와 함께 살아온 실버 마이카족 이한용(87.동구 신기동)씨.

운전면허증 등록번호 46-035608-20. 이 할아버지가 1938년 두꺼운 수첩형태의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아 사용하다 해방이후인 1946년 우리정부에서 20번째로 새로 발급한 운전면허증 번호다. 그는 1939년 미군부대에서 조립한 지프차를 타기시작해 1950년대에는 일제 코로나, 1960년대에는 이탈리아에서 만든 피아트, 1970년대에는 기아 303 자가 차량을 타고 다녔다. 현재는 1990년 자녀들로부터 받은 프라이드을 13년째 몰고 다니고 있다. 이렇듯 다양한 종류의 차가 수명을 다하고 폐차되기도 했지만 그의 운전면허증을 조회해보면 사고 한번 없이 깨끗한 백지상태다.

한국 자동차의 산증인이라 할 만한 이 할아버지의 무사고 ·무스티커의 비결은 절대 양보운전과 느림의 미학.

그는 고속도로에 차를 올리지 않을 정도로 일반국도를 선호하며 차가 많이 다니거나 막히는 도로는 피했다. 또

절대원칙인 안전거리 확보는 금과옥조처럼 여겼다. 안전거리가 50m 정도일때 70~80m 떨어져 차를 몰았던 것.

그리고 남의 집 앞이나 문제가 될만한 곳에는 절대 주차를 하지 않았던 것은 주차위반에 한번도 걸리지 않았던 단순한 이유다.

단 한번 예외가 있다. 1999년 칠곡에서 과속운전으로 적발되었으나 운전면허증을 보여주자 조회를 해본 담당 경찰관이 놀라 "아이구! 할아버지, 여지껏 사고 한번 없다니 믿기지 않네요"라며 "조심해서 돌아가시라"고 그냥 보내줬다고 한다.

70년대 대구에서 중앙운수회사를 경영했던 이 할아버지는 한때 멋쟁이로 통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으며 사업능력도 뛰어나 10t 트럭을 13대나 갖고 있을 정도의 재력가였다.

그러나 82년 운수회사가 부도나고, 할머니를 잃는 등 어려운 시절을 보내기도 했다.

현재 1남 2녀와 손자,손녀까지 두고 있는 이 할아버지는 87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건강하다.

5년전에는 사진작가협회 동료들과 함께 강원도로 1박2일 코스로 자동차 여행을 다녀왔고, 최근에는 단짝 친구인 노익배(84.수성구 중동) 할아버지와 당일 코스로 경북일대에 단풍구경을 다녀올 정도.

그는 "얼마전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앞으로 100살까지는 살 수 있다고 해서 마음이 든든하다"고 말했다.

이한용 할아버지는 15년전 프랑스 국제 사진공모전에서 입선을 하기도 해 매일신문에 실리기도 했다.

이 할아버지는 그때 입선한 희미한 흑백사진과 세로쓰기로 된 손때묻은 신문을 보여주며 "그 때 사진을 보면 구도나 색깔이 지금과는 다른 운치가 있었다"며 지난 세월을 반추하는 듯 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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