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썰렁해진 의원후원회

'엄동설한에 후원회를 하자니…'.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개인 후원회 폐지 발언이후 12일 이상배 의원이 지역 의원 가운데 처음으로 후원회를 가졌다.

이 의원으로선 2년 만에 처음 갖는 후원회였지만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가라앉아 어수선한 당내 분위기를 반영했다.

그나마 이날 참석자들이 500명선에 육박,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442석 규모)을 채우긴 했지만 떠들썩한 잔칫집 분위기는 나지 않았다.

의원들도 20명 안팎이었으며 민주당이나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또 동료 지역 의원들 역시 손 꼽을 정도였고 대구 의원들은 아예 얼굴조차 내밀지 않은 채 후원금만 보좌진을 시켜 대신 전달했다.

이 의원의 후원회장인 이상득 의원이 인사말에서 "정치권이 어수선해 후원회를 여는 것도 조심스럽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는 또 "최병렬 대표가 이 자리에 오셔야 되지만 후원회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어 근신하는 뜻에서 대신 인사만 전해달라고 하더라"고 했다.

박희태 전 대표가 "먼지 많은 정치판에 이 의원은 단 한차례도 돈 문제로 구설수에 오르지 않았다"며 이날 후원회가 기존 정치인들의 후원회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분위기를 반전시키진 못했다.

이 의원측은 "초청장을 2천부 가량 만들었다"면서 "그러나 후원회 시작 직전까지 '진짜 후원회를 하긴 하느냐'는 전화문의가 잇따라 곤혹스러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정은 다른 의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당 지도부의 후원회 양해방침이 나온 뒤 대부분 후원회를 예정대로 치렀거나 치를 예정이지만 예년 같은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다는 후문이다.

지난 5일 열린 이경재 의원 후원회와 6일 조웅규 의원 후원회는 후원회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냉랭하고 썰렁했다.

13일 저녁 권오을 의원, 14일 정형근 의원도 후원회를 당초대로 개최할 예정이지만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권 의원측 관계자는 "정치권 분위기가 좋지 않아 후원회를 취소할까도 했지만 당 지도부가 해도 된다고 해 예정대로 갖게 됐다"며 "그러나 큰 기대를 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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