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구려史가 중국史인가?' 논쟁 뜨겁다

"고구려사는 한국사인가, 중국사인가". 중국이 고구려사를 자국의 변방사라며 이를 입증하기 위한 연구와 논리개발에 열을 올림에 따라 한.중 양국간에 역사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14일 백산학회와 충주문화원 주최로 충북 충주에서 열린 '고구려 국내성 천도 200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중화천하 질서 속의 고구려'를 발표할 예정이던 중국 옌볜대 웨이즈민(劉子敏) 교수는 논문을 통해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그는 이 행사에 불참했다.

공개된 논문에서 웨이 교수는 최근 부쩍 강화되고 있는 고구려사의 중국사 편입을 한층 강도 높게 주장했다.

그는 논문 첫머리에서 "고구려는 중국 고대 동북변강지구의 소수민족 지방할거 정권"이라고 규정한 다음, 왜 고구려사가 중국사의 일부분일 수밖에 없는지를 역설하는데 논문의 전부를 할애하고 있다.

그는 고구려가 중국사 일부분이라는 증거 중 하나로 5호16국과 요(遼), 금(金), 원(元), 청(淸) 등 다른 소위 '변강 소수민족 정권'도 일단 황허 유역을 점령한 다음에는 스스로는 '중국'(中國)이라 일컬은 점을 지적했다.

웨이 교수는 이어 "이른바 내번(內蕃)이란 중국고유영토에서 갈라져 나간 소수민족정권을 지칭하며 외번(外蕃)이란 중국 고유영토 이외의 속국(屬國)을 말한다"면서 이런 점에서 "고구려는 응당 내번에 속하며 신라, 백제는 외번에 속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직후부터 국경지역 소수민족정책과 관련해 "중국은 통일적 다민족국가이며, 따라서 중국 영토 안에서 이뤄진 역사는 모두 중국 역사"란 주장을 펼쳐왔다.

중국쪽 주장의 논거는 고구려인의 뿌리는 고대 중국의 소수민족, 고구려 건국 지역 및 기본 관할범위가 중국 경내, 고구려는 중원왕조의 책봉을 받은 종속관계, 수.당의 고구려 원정은 침략전쟁이 아니라 변방 할거세력 통제, 고구려 멸망 이후 대다수 유민이 한족(漢族)으로 편입, 고려는 고구려의 계승자가 아니며 역사적 연속성·상관성 전무 등이다.

이에 대한 우리 학계의 반박논리는 △ 고구려 건국세력은 압록강 일원에서 농경하던 예맥족으로, 만주계와 구별되는 우리 민족의 조상 △ 고구려는 한(漢) 군현인 현토군을 압록강 중류 일대에서 요동 방면으로 몰아내면서 건국 △ 조공.책봉 관계는 전근대적 외교형식이며 실질적 내용은 시기별로 다양 △ 주변국을 생각하지 않는 중화주의적 세계관 △ 고구려의 문화.역사는 통일신라와 발해를 거쳐 우리 민족문화로 이어졌으며, 중국 등지로 이주한 유민은 고유한 정체성 상실 △ 중국측의 사료에 대한 자의적 해석과 왜곡 등이다.

윤내현 단국대 교수는 "비파형 청동검, 적석총 등 고대유물과 '한서' '사기' '여씨춘추' 등 중국 고문헌을 보더라도 고구려사가 한민족 역사라는 점이 분명하다"며 "중요한 것은 '감정적 대응'이 아니라 '학술적 입증'인만큼 고구려, 고조선 등 고대사 분야에 대한 활발한 연구와 토론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대현기자sky@imaeil.com

사진:중국 지린성 지안현 퉁거우 지방에 있는 고구려 장군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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