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명대 특강 미즈노 순페이(35) 교수

"쪼매 늦었불었당께요, 죄송해서 어쩌스까이~".

13일 오후 '2003 계명대 국제학대학의 날' 행사에 초청강연자로 나온 미즈노 순페이(35.水野俊平) 교수. 그는 만나자마자 특유의 기상천외한 전라도 사투리로 한동안 배를 움켜쥐게 했다.

"이번이 마지막 인터뷰가 될 것 같네요. 앞으로는 본업에만 충실할 생각입니다". 그가 지난 7월부터 방송일을 접는 등 세간의 이목으로부터 멀어진 것은 다름 아닌 한국어 공부를 하기 위해서다.

전라도 사투리를 그렇게 유창하게 구사하는데 웬 한국어 공부냐고?

"제가 한국에 유학 오게 된 이유는 한국어를 공부한 뒤 일본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이었죠. 그런데 일본인들에게 사투리를 가르칠 순 없잖아요. 요즘 표준어 공부에 빠져있습니다".

홋카이도(北海道) 태생인 그는 일본에서 대학을 마친 뒤 전남대에 유학,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아예 눌러앉았다.

1990년에 유학 왔으니 벌써 14년째다.

"그동안 방송일이다 뭐다 해서 너무 바빠 공부할 시간이 없었어요. 게다가 아이가 셋이나 줄줄이 태어나면서 더 힘들게 됐죠".

방송일을 그만둬 벌이가 시원찮지 않으냐는 질문에 미즈노 교수는 "4년 동안 방송일을 하면서 벌 만큼 다 벌었다"며 "평생 코미디언으로 살 수는 없는 것 아니냐. 인기가 최정상(?)에 있을 때 떠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두 나라 국민들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이 인간관계였지요. 일본에서는 친한 사이일수록 거리를 둡니다.

예의를 깎듯이 지키죠.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아요. 친하면 친할수록 벽이 허물어진다고 할까. 한번은 집들이한다고 친구들을 초대했는데.... 부엌이며, 안방이며, 냉장고까지 집구석을 다 뒤지더군요. 정말 황당했지요. 일본에서 그랬다면 아마 인간 대접을 받지 못했을 걸요".

그 후 미즈노 교수는 두 나라간의 문화적인 차이를 좁히는 일에 뛰어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단다.

"문화에는 높낮이가 없습니다.

게다가 좋고 나쁨도 없지요.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얘기죠. 내년이면 한국에 일본 대중문화가 완전개방됩니다.

두 나라 문화를 서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해요".

그는 앞으로 일본인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공부하는데 전념하겠다고 했다.

"한국과 일본의 문화발전을 위해 열심히 거시기(?) 할랑께요".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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