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꽤 오래된 편지지만 아름답고 따뜻한 글이라서 골랐습니다.
선생님을 존경하고 좋아하는 마음이 담뿍 담긴 인정이 넘치는 편지입니다.
이 편지를 받은 선생님은 얼마나 좋았을까요? 또 얼마나 힘이 났을까요? 선생님을 치켜올리는 글들이 많지만 마음에도 없는 것을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한 빈말은 한 군데도 없습니다.
오히려 현지의 마음을 다 쓰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도 현지도 참으로 부럽습니다.
다음 편지글을 한 번 읽어보고 견주어 보세요. 이 편지 역시 제자가 선생님에게 쓴 글입니다.
〈선생님 읽어주세요〉
낙조는 말이 없고 청산은 태고의 역사를 읊으며 아스라한 기억들을 실은 세찬 바람이 계절의 입김으로 내 볼에 와 닿습니다.
섭리에 따르는 계절의 순서 앞에 낭만을 만끽하는 앙상블 아니면 속죄하는 참회의 몸부림, 오직 젖어진 하늘 조각을 마구 흩날리며 계절을 반항하듯 낙엽은 갔나 봅니다.
먼 훗날 구름이 머물다 간 세월의 뒤안길에서 어린 시절의 그 날을 그리워하며……(아래줄임)
길게 쓴 편지의 앞부분인데 도무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몇 번을 읽어도 모르겠지요? 글은 남을 어리둥절하게 하려고 쓰는 게 아닙니다.
물론 어른들이 주고받는 편지글이지만 어른들이라고 해서 쓸데없이 어렵게 글을 쓸 필요는 없지요.
▨시
힘들여 두 편을 골랐습니다.
희은이의 '지하철'은 꾸밈없이 쓴 글입니다
그래서 칭찬을 합니다.
그러나 복잡한 지하철 풍경을 정직하게 그리기는 했지만 큰 감동을 주지는 못합니다.
사진과 견주어 생각해봅시다.
사진은 있는 그대로를 찍은 것이지만 어디를 어떻게 찍어도 다 좋은 것이 아니라 경치 좋은 곳이나 꼭 기념해두고 싶은 장면을 찍어야만 사진의 가치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지웅이의 '비 온 뒤'는 아름다운 시입니다.
열매가 떨어진 자리에 빗방울이 동그랗게 맺히는 모습을 잘 살펴 보았네요. 참으로 대단한 발견입니다.
그런데 그 나무가 무슨 나무인지 궁금합니다.
나무 이름을 알면 빗방울 모습을 더 쉽게 그려볼 수 있으니까요.
'딱지 따먹기'라는 좋은 시를 감상해보는 것으로 의 글 이야기를 모두 마치겠습니다.
그 동안 가 글쓰기 공부에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함께 해준 여러분 고맙습니다.
〈딱지 따먹기〉
딱지 따 먹기할 때
딴 아이가
내 것을 치려고 할 때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딱지가 홀딱 넘어갈 때
나는 내가 넘어가는 것 같다.
딱지 따 먹기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맞아, 나도 그랬어!' 이런 말이 나오게 됩니다.
딱지가 홀딱 넘어갈 때 자기가 넘어가는 것 같다고요? 그렇고 말고요. 외어지도록 몇 번이고 되풀이하여 읽어보세요.
윤태규 (동화작가.동성초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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