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제우 복권은 문예부흥의 시작" 대구 강연 김지하(62)씨

"수운 최제우 선생의 동학은 안으로는 영성을 추구하고, 밖으로는 생명의 복잡성을 추구합니다. 또 카오스(혼돈)를 카오스로 보지 않고 새로운 코스모스(질서)로 파악합니다. 5만년에 이르는 인류 역사의 모든 것을 포용하는 동학과 같은 우리의 전통사상은 혼란에 빠진 세상에 처방을 도출해내는 새로운 문화이론이 될 수 있습니다".

60년대 후반~70년대를 대표하는 민주투사이자 '오적' 등의 시인으로, 국내 생명.환경 운동의 이론가로 다양한 삶의 궤적을 그리고 있는 김지하(61)씨가 14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고산성당(주임신부 정홍규)에서 강연했다. 지리산 실상사로 가는 길에 대구에 잠시 들른 김씨는 동학과 생태학, 주역, 월드컵과 문화이론 등을 주제로 30여명의 청중을 상대로 강연하고 대화를 나눴다.

강연회장에서 1959년 서울대에 같이 입학했던 조해녕 대구시장을 만난 김씨는 "조 시장이 동학의 교주인 최제우 선생을 복권시키겠다는 얘기를 듣고 매우 감명을 받았다"는 말로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작년 월드컵때 수천만명에 이르는 국민이 일심동체를 이뤄 응원하던 모습과 '대~한민국' 구호와 치우천왕기, 태극기의 물결을 보고 동학에서 말하는 후천개벽이 가능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5분박으로 된 대~한민국이란 구호엔 3분박(대~한)의 특징인 변화와 역동성 그리고 양(陽)이, 2분박(민국)의 특징인 고요와 균형, 음(陰)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여기엔 혼돈의 질서란 우리사상.문화가 녹아들어 있는데 동학도 태극이며 궁궁(弓弓), 즉 혼돈이면서 질서란 인식의 눈을 갖고 세상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김씨는 "전쟁과 싸움의 신인 치우는 중국 황제와 74회에 걸쳐 격렬한 전쟁을 치렀다"며 "치우가 뜻하는 바는 우리가 중국의 문화폭포 아래 일방적으로 있었던 게 아니라 중국과 역동적으로 주고 받았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의 태극도 중국과는 여러모로 다르며 그 역사도 중국에 수백년이나 앞서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전 세계가 빠져 있는 거대한 카오스에 대한 처방은 과거로부터 나올 수 밖에 없는데 과학적 처방과 창조를 촉발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이론이 나와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비전, 패러다임, 학문, 과학 등을 나오도록 하는 어떤 원형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5만년전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즉 생각한다는 것을 생각할 줄 아는 인류가 출현했습니다. 고생물학적 지식이 없던 수운 선생이 인간의 시작을 5만년전으로 파악했는데 이는 매우 놀라운 일입니다". 또한 "지금의 세계는 쌍방 통행하고, 고대로 가면서 미래로 가고, 개별화하면서 세계화하고, 노(No)이면서 예스(Yes), 그리고 음이면서 양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1863년에 최제우 선생은 이를 모두 포용하는 사상을 내놓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구에서 참수형을 당한 최제우 선생의 복권은 대구학 정립에 공헌할 것"이라며 "또한 인류 5만년의 역사를 모두 포용하는 사상을 내놓은 수운 선생의 복권은 문예부흥의 시작"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씨는 "과거에서 얻은 지혜와 문화를 현대로 미래로 끌고 나가기 위해 디지털 문화와의 결합도 필요하다"며 "우리나라가 세계 문화의 용광로와 해방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세계는 경제력보단 문화력이 그 나라와 국민의 운명을 좌우할 것입니다. 우리의 사상이나 문화, 지식이 꽃씨가 돼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 날아가 꽃을 피우는 그런 세상을 기원해 봅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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