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늦은 밤부터 14일 새벽까지 밤 하늘에 나타난 유성우(별똥별)가 이를 지켜 본 시민들의 마음을 유난히 설레게 했다.
유성우를 보면서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속설의 믿음이 더 깊은 갈망을 이끌어 냈던 때문.
특히 이날 지역의 한 병원에선 유성같은 '사랑'이 불타 올랐다.
뇌성마비 장애를 안고 지낸 지난 8년여의 짧은 삶을 마감하며 자신의 장기를 이식한 권민기(8)군의 사연(본지14일자31면보도)이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운 것.
14일 오후 민기가 잠든 갈색의 작은 관은 경북대 병원을 떠나 만촌동 시립장묘사업소에 도착, 불교식 법례를 마친 뒤 화장됐다.
하지만 전날 병원을 찾은 가족들과 자원봉사자.지인들에게서 눈물은 볼 수 없었다.
모두가 민기가 남기고 간 아름다운 나눔을 몸과 마음으로 받아들인 듯 평온한 분위기였다.
민기의 외조부(63)는 "어린 것이 더 오래 산 나보다 더 좋은 일을 하고 가니 숙연해질 뿐이다"라고 말했다.
부모 역시 어린 아들의 먼저 보낸 슬픔을 다른 생명의 부활로 대신했다.
민기가 머물렀던 사찰의 스님들은 "생글생글 웃으며 음악에 심취하던 민기 얼굴을 떠올렸다"며 "이상하게도 법요를 오래하면 목이 아픈데 오늘은 장례절차 모두가 편안하게 진행됐다"고 전했다.
세상에서의 아픔을 모두 태우고 한줌 재로 화(化)해 나온 민기의 유골이 나오는 순간 이날 자리에 모인 10여명의 가족 및 지인들은 절로 두 손을 모았다.
"부디 극락왕생하고 좋은 세상 다시 태어나거라". 또 민기가 입던 옷도 태워진 뒤 민기의 뼈가루는 인근 야산에 부모의 손에 의해 흩뿌려졌다.
민기를 돌봐 온 진영주(25.여)씨는 "민기의 49재를 꼽아보니 올해 마지막 날이더군요. 민기의 몸은 우리 곁을 떠났지만 영원히 잊을 수 없게 하네요"란 말로 마지막 이별을 대신했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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