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6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첫 '외식'에 이어 부인 권양숙(權良淑) 여사와 함께 경복궁을 산책했다. 최근 복구 공사가 완료된 근정전을 둘러보기 위한 일정이었다.
노 대통령 내외가 취임후 일반인들이 즐겨찾는 공개된 장소를 찾아 관람객들과 섞여 '나들이'를 하기는 처음이어서 이날 기자들과 첫 청와대밖 오찬과 함께 일반국민과 '피부접촉'을 통해 밀착하는 쪽으로 '변화된' 대통령 행보의 일단을 보여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노 대통령은 관리소장과 중국어 통역 전문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근정전, 자경전, 교태전, 향원정, 경회루, 흥례문 등을 둘러보면서 경복궁에 얽힌 사실(史實)을 언급하며 관리소장에게 질문을 던지는 등 깊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노 대통령은 관람도중 서문쪽 옛 통인동을 가리키며 최근 대선자금과 대통령 측근비리 수사에 급피치를 올리고 있는 사시 동기(17회) 안대희(安大熙) 대검 중수부장과의 인연을 설명하면서 최근 검찰수사에 대한 '단상'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노 대통령은 관리소장에게 "75년 4월20일 사시에 합격한뒤 5월 어느 날 아침에 합격통지서를 받기 위해 (경복궁에) 왔는데 시간이 일러 근처 찻집에서 기다린 적이 있었다. 그때 안대희씨를 만나 같이 경복궁으로 들어섰다"고 말문을 열었다.
노 대통령은 "당시 안씨는 최연소 합격자였는데 서로 얼굴 보고 '통지서를 받으러 왔느냐'며 인사했고 그때 서문쪽으로 건널목이 없었는데 길을 건너려다 서로에게 들켜 쭉 돌아간 적이 있다"며 "그 뒤 사법연수원을 같이 다녔다"고 소개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요즘 안 부장때문에 나도 죽을 맛입니다. 다른 정치인들도 마찬가지지만..."이라고 최근 검찰수사에서 드러나고 있는 측근비리와 정치권 '추문'에 대한 심경을 가볍게 언급했고 이에 관리소장이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잘되지않겠습니까"라고 말하자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라고 받았다.
노 대통령은 "헬기를 타고 내려다보면 경복궁 배치나 짜임새 등이 더 이상 아름다울 수 없을 정도로 놀랍더라"고 경탄했으나 경복궁내 돌출한 국립박물관에 대해선 "내려다보면 볼수록 안어울리더라. 발의한 사람의 실명을 알 수 있나. 볼수록 아주 고약하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노 대통령은 또 자경전에서 "대왕대비가 있었던 곳으로, 대원군때 조대비에게 신세진 것도 있고 해서 지은 건물"이라는 관리소장의 설명에 "정사에 관여하지 말라고 해서 거리감을 둔 것 아닌가. 대원군이 집정한 뒤 조대비 견제용 아니냐"고 해석하고 "경북궁에는 내시 700여명과 궁녀 500-600명 정도가 있었다"는 관리소장의 말에 "임금 시중을 들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 팔자를 막은 것 아닌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일본은 100년전 지은 황궁을 비워두고 외국인 국빈방문 때 이용하고 있어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중국도 조어대를 외교부가 관리하면서 평소엔 영업을 위해 이용하기도 하더라"고 경복궁 활용의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이날 노 대통령은 근정전 구경 때 일반 관람객 100여명이 몰려들자 "나도 구경왔는데, 내가 구경거리가 됐다"며 시민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권 여사와 나란히 서서 다양한 포즈를 취해주거나 이들과 악수를 했으며, 학생과 시민 수십명이 뒤따르며 환호를 보내자 "공부 열심히 하세요"라고 답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이 가는 곳마다 시민들은 특히 '카메라폰'을 들이대며 노 대통령 내외를 촬영하느라 북새통을 이뤘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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