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 출입하는 기자들은 주말이 오기 전에 내기를 한다.
대통령이 이번 주말에도 사전 예고 없이 춘추관을 방문, 기자간담회를 하느냐를 두고 내기를 거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16일 다시 춘추관에 나타났다.
지난 2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검찰에 대선자금 전면수사를 촉구한 지 불과 2주일만이다.
노 대통령이 나오는 쪽에 내기를 건 기자들은 의기양양해했고 기자들은 노 대통령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까 촉각을 곤두세웠다.
노 대통령의 주말 기자간담회가 예고없이 이어지자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주말마다 긴장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춘추관을 방문할 때마다 정국의 방향을 바꿀 만한 굵직굵직한 뉴스거리를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말에는 재신임받겠다는 제안을 전격적으로 던진 데 이어 곧바로 국민투표 수용입장을 밝힌 바 있고 지난 2일에는 검찰에 대해 전면적인 대선자금 수사를 촉구했다.
이날도 노 대통령은 측근비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기자들과 소주잔까지 들면서 오찬을 했다는 것이다.
언론과의 긴장관계를 강조하면서 기자들과 소주 한잔이라도 마시는 것을 강하게 비판하던 취임초기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였다.
기자들은 노 대통령의 이같은 자세변화를 언론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아니라 현재의 정국구도를 이끌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이해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이같은 주말 기자간담회를 '주말연속극' 으로 혹평하고 나섰다.
사전에 치밀한 각본에 따라 정국의 향방을 바꿀 만한 이슈를 선점하겠다는 고도의 정치적 술수라는 것이다.
어쨌든 노 대통령이나 청와대는 주말간담회로 톡톡한 재미를 보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노 대통령의 기자간담회가 언제 예정된 것인지, 어떤 말을 할 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 있다.
노 대통령의 기자간담회에 내기를 거는 기자들은 예측불허인 노 대통령의 춘추관 방문에 불안감을 갖고 있다.
대통령의 일정이 보안상의 이유가 아닌 다른 이유 때문에 예측할 수 없다면 국민들의 눈에는 대통령의 국정운영방식도 즉흥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비칠지도 모른다.
기자들도 그런 점을 우려하고 있다.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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