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굴뚝산업' 붕괴, 제대로 봐야

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가 IT(정보통신)산업분야로 급속도로 이전되면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 바로 '전통산업의 붕괴'였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전통산업이 제대로 경쟁력을 갖추기도 전에 들이닥친 경제 구조의 '대변환'은 대량 실업과 빈부 격차, 그리고 기업의 해외 유출로 연결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지금 그런 우려가 점차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제조업의 해외 투자는 94년 1천건에서 지난해 1천800건으로 늘어났는데 국내 설비투자는 96년 44조원에서 지난해 20조원으로 대폭 줄어 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제조업체 일자리 수가 90년 504만개에서 올해 416만개로 88만개나 감소했다는 것. 한마디로 국내 기업들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떠나는 바람에 국내 경제는 텅 비어있는 셈이다.

사정이 이러한데 실업자가 쏟아지지 않고 청년실업률이 사상 초유의 기록을 보이지 않는다면 그것이 되레 이상하지 않는가.

물론 정보화 사회, 지식기반 사회에서 고(高)부가가치는 경제활동의 생명이다.

그러나 부가가치에 너무 치중, 산업의 '뿌리'인 제조업 기반이 무너진다면 그것은 허장성세(虛張聲勢)에 불과하다.

산업구조가 고도화된 선진국일수록 전통산업인 '굴뚝기업'을 저버리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기업이 중국 진출 러시를 이루면서 국내 일자리 10만개가 없어졌고 대신 중국 현지에서는 100만명의 고용 효과를 올렸다니 '저임금, 고부가'라는 단순 경제논리 차원을 넘어서는 국가 기반에 관한 문제가 아닌가.

우리는 그동안 벤처산업이다, IT산업이다 하며 제조업의 중요성을 등한시해온 게 사실이다.

전국 16개 지방자치단체가 너나 없이 IT, BT 등 첨단 산업으로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꿈을 갖고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첨단 산업은 저절로 굴러오지 않는다.

전통산업을 바탕으로 꽃피워야하는 것이다.

특히 전통산업과 접목되지 않은 새로운 산업은 성공하기 어렵다.

제조업 공동화(空洞化)로 '소득 2만달러'를 달성하겠다면 그것은 바로 남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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